영화 [힐빌리의 노래] 리뷰
오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힐빌리의 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넷플릭스 공개는 11월 24일에 이뤄졌지만, 약 2주전부터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조금 달라진 점은 기존에는 메가박스를 통해서만 개봉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CGV와 롯데시네마에서도 개봉을 하였습니다. 이전까지 CGV와 롯데시네마는 넷플릭스에 대한 반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면서, 극장 개봉을 거절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극장 광고에는 넷플릭스가 나오는 건지…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타격으로 영화 한 편이 아쉬운 상황에서 CGV와 롯데시네마가 사실상 백기를 든 샘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를 이렇습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주인공 밴스가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지만, 멀리 떨어진 고향에 있는 엄마 베브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소식을 듣고 밴스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의 고향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영화는 밴스의 과거를 보여주며, 이들의 사연을 통해서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야기합니다.
겉으로 보면 한 사람의 상처로 인해서 파생되는 가족의 아픔을 다루는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미국적인 가족주의를 담은 [힐빌리의 노래]는 J.D. 밴스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실화라는 것을 모르고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실화임을 알았을 때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실화라는 사실을 알고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더 와닿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영화의 제목에도 들어간 ‘힐빌리’라는 단어는 촌놈이라는 단어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겁니다. 원어 제목인 ‘hillbilly elegy’를 직역하면 ‘촌놈의 슬픔노래’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이 제목은 영화의 내용을 아주 잘 담고 있는 제목입니다. 시골 출신이라는 밴스의 출신 때문에 어린 시절에도 많은 놀림을 받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관련된 이야기가 됩니다. 밴스의 처지는 한국으로 치면 ‘개천에 용났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영화의 감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같이 등장하여, 서로를 설명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는 동안 크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초반과 중반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이들에게 벌어진 사건을 보여주고, 영화의 마지막 해결을 거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의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충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라서 메시지 전달을 위한 노력보다는 밴스의 이야기에 최대한 집중하려는 모습이기에 인위적이기 않은 자연스러운 전개를 볼 수 있습니다.
대게 가족을 다룬 영화에서는 가족 구성원 중에서 유별난 인물이 꼭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힐빌리의 노래]에서는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베브가 문제적 인물로 등장합니다. 극 중 베브는 약물 중독에 빠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런 베브가 미워질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베브의 입장도 이해를 하게 되는 순간이 등장합니다. 이는 베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베브로 표현이 되었지만, 이 가족이 가지고 있던 하나의 큰 상처가 되물림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밴스는 당연히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가족 때문에 방황을 하게 된 밴스가 마음을 다잡은 이유도 가족입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가족의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사가 있습니다. ‘나쁜 일이 한 두번 있었지만, 그만큼 좋은 일도 있다’ 그리고 이는 영화의 후반부에 하나의 큰 작용을 일으키는 대사가 됩니다. 가장 절망적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것이죠.
과거의 이야기에서는 할머니와 베브의 관계가 상당히 거칠게 그려집니다. 흔히 하는 말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사이처럼 보이죠. 그리고 이런 행동들은 밴스에게도 이어집니다. 사소한 행동에도 거친 반응을 보이는 베브의 모습. 그냥 보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은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도 베브도 분명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밴스에 대한 책임감이 존재하고 있죠. 그래서 밴스가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면 자신과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더더욱 격하게 대하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JD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조금 더 격하게 반응하게 되는 상황들이 존재하죠.
이런 과정 속에서 밴스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준 인물이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우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샤는 상당히 현명한 여자친구입니다. 밴스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밴스가 자신의 가족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우샤는 그것이 밴스를 만든 것이라 이야기를 합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환경이라도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이고, 그런 변화를 이끄는 사람은 한 두 사람의 응원과 믿음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인물을 연기한 글렌 클로즈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나 에이미 아담스는 역할을 위해서 살을 찌운 것으로 보이는데, 영화의 초반은 에이미 아담스가 아닌 다른 인물로 느껴질 만큼의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론 하워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고, 현재의 사건이 과거 어떤 상황으로 인해 생긴 것인지 유기적인 연결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강약조절도 좋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 대한 구분도 자연스러워서 영화를 보는 동안 상당히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익숙한 이야기라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가족주의 영화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이기에 [힐빌리의 노래]가 신선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연출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 인물들의 행동이 모두 이해가 된다는 것은 영화가 저마다의 사연들을 잘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상처가 존재함에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을 하는 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영화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밴스의 가족은 가장 행복한 가족도, 가장 불행한 가족도 아닌 하나의 평범한 가족으로 그린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이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아카데미를 노리고 개봉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힐빌리의 노래]가 아카데미 유력한 후보작이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공개 후 반응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합니다. 영화 자체가 좋다고 말 할 수 있지만, 아카데미에 수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아카데미에는 꽤 많은 넷플릭스 작품들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공개예정인 [맹크]를 포함하여, 넷플릭스 제작은 아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미드나이트 스카이]와 뮤지컬 영화인 [더 프롬]까지 아카데미를 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대형 대급사들이 개봉을 꺼리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아카데미를 점령하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배급사들이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서 개봉을 강행할 것인지, 수익을 위해서 개봉을 미루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서 영화 관련 시상식들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