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촌] 리뷰
오늘은 [이웃사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신파의 절정이라 불리는 영화 [7번방의 기적]을 연출했던 이환경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7번방의 선물] 개봉 당시 저는 군대에 있어서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감상평이 하나 있습니다. ‘닥치고 일단 울어’ 그만큼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신파 이야기를 안 하고 싶은데, 한국 영화를 이야기할 때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네요. 저는 신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절하게 사용되면 좋은 작용을 하는 요소입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조미료 같은 존재입니다. 맛이 심심할 때는 약간의 조미료를 통해 감칠맛을 만들어주지만, 과도할 때는 역효과를 내는 것이죠. 그래서 [이웃사촌]의 신파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과도하지는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적당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이야기에 앞서 영화의 간단한 스토리부터 다뤄보겠습니다. 주인공 대권은 미국에서 입국한 정치인 의식을 도청하라는 임무를 받습니다. 이를 위하여 대권은 의식의 옆집에서 도청을 하게 되는데, 의도치 않게 의식과 마주치게 되어 이웃사촌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이야기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 속 사건들이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를 살았던 40대 중반 이후의 관객이거나 역사 및 정치에 관심있는 분들이 아니면 정확하게 모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점이 영화 최대의 단점입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 모르는 관객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조금 더 큰 틀에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에는 ‘왜’가 없습니다. 아무리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인물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도 있을 수가 있고, 있다 하더라도 영화의 전개상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인데, 설명이 없습니다.
정부가 의식을 왜 잡으려고 하는 것이고, 왜 미국에 있다가 온 것인지, 대권은 왜 도청을 하게 되었는지 등 설명은 없이 그냥 벌어진 일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이유와는 별개로 영화가 보여주는 이런 모습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 재미를 주기도 하고, 인물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서 매력을 느끼고, 자유를 위해서 싸운다는 사회적 의미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은 무작정 그 가치관을 쫓을 뿐이지, 그것을 사수하려는 정확한 계기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영화 [1987]의 연희는 민주화에 관심이 없었던 인물입니다. 영화는 연희가 어떤 계기로 인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 지와 연희가 변화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구성하여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연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연희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웃사촌]은 그런 단계는 건너 뛴 상태로 그저 갈등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계기는 적고, 갈등만 증폭되어 있는 것이죠.
특히나 과거 사실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는 그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서 큰 임팩트를 주거나, 계기를 치밀하게 하여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웃사촌]은 즐거운 오락 영화를 만든다는 사명 아래에 사회적 이야기를 대충 칠한 듯한 느낌입니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이야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루지 않으면서, 그 당시 자유를 위해서 싸운 분들에 대한 감사하다는 메시지만 전달하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정말 그 분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고 싶다면, 적어도 그 분들이 끝까지 싸우려는 이유정도는 다뤄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나 영화라면 모두가 생각하는 공통된 이유가 아닌 인물 개인의 특별한 이유가 더 있어야 하기에 더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 외의 다른 단점을 제외하고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만 보신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지금은 존재가 희미해진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이죠. 거리상으로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는 한 집에 사는 가족이고, 그 다음이 이웃일 겁니다.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과거에는 디지털 도어락이 없어서 온 가족이 열쇠를 들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열쇠를 잊어버리거나 깜빡하여 챙기지 못하면 집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 생기죠. 당시에는 핸드폰도 없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옆집에서 다른 가족들을 기다렸습니다. 이 때,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마실 것과 다과도 챙겨주시곤 했습니다. 디지털 도어락이 보편화 되면서 열쇠가 없어서 가족을 기다리는 일이 없어지기도 했거니와 어린 아이들도 핸드폰이 있는 세상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받거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과거와 현재의 이웃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가 현재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웃이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는 지 생각해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웃사람]과 [동네사람들]이라는 영화는 친밀한 느낌이 아닌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어 있죠. 그렇기에 이웃을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존재로 그린 작품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이 영화에 나름의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정우, 오달수 배우야 이미 많은 영화에서 검증이 된 배우들이기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이들의 연기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영화도 아니기에 연기에 대한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다름 아닌 김병철 배우입니다. 물론, 이유비 배우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눈길이 갔지만, 김병철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때마다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특히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 [SKY 캐슬]을 통해서 많은 주목을 받은 만큼, 영화에서 그 진가를 톡톡히 보여주었습니다. [이웃사촌]에서는 다른 배우들보다 김병철 배우가 가장 눈에 띄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이웃사촌]은 분명 재미있는 장면도 충분히 있고, 이웃과 가족이라는 코드를 통해서 따뜻함을 느낄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80년대 배경을 통해서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만의 뚜렷한 개성은 없다는 것이죠. 이전 [도굴] 리뷰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대체하려면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는 개성이 존재하지만, 정치적인 이야기가 더 눈에 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인물에 대한 설명 없이 무작정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탓에 인물에 대한 깊은 공감은 어렵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결국 전형적인 K-무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의미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다른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