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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r 04. 2021

미국 영화에서 느껴지는 한국냄새

영화 [미나리] 리뷰

영화 [미나리]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미 개봉 전부터 많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작년 비슷한 시기에 주목을 받았던 [기생충]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로 많은 언론에서도 소개된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자체는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인 [플랜 B]에서 제작된 미국 영화라 볼 수 있지만 감독이 한국 이민자 2세대라는 점과 한국 배우의 출연 및 한국 문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참으로 오묘한 영화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던 영화 중 한 편이었고, 제 2의 [기생충]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제 2의 [기생충]’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다른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 지 짐작이 됩니다. 일단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국 관객보다는 미국 관객에게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문화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한국인이 아니라면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상당히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마 이는 감독의 과거 기억들이 다수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저도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기생충]처럼 상당히 큰 임팩트가 존재하는 영화도 아니고, 이민자라는 설정이 한국 관객들에게는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설정도 아니기 때문에 [기생충]을 기대하고 관람을 하는 분들에게는 실망으로 다가올 여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 자체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민자 가족인 그들이 겪는 갈등의 표현이나, 성공에 대한 꿈과 가족의 의미 등 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그들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상당히 디테일하게 표현됩니다. 특히나 스티븐 연이 연기한 주인공 제이콥이 가족들을 먹여살기 위해서 한국 작물의 농사를 짓는다는 설정은 주인공 가족을 빗대어 표현하는 도구로 상당히 적합한 그런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강하게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몇 가지 요소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겉으로는 환영하는 듯하지만 알게 모르게 깔려있는 차별이나 제이콥 스스로가 가지는 피해의식들이 영화에 어떤 장치로 표현되어 있는데, 영화 스스로가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아서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려고 한다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조금은 부족한 인물로 보이는 폴을 제이콥이 일꾼으로 고용한 이유나 영화 초반에 우물탐지를 스스로 하려고 한 이유 등 영화가 이민자 가족의 위치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 다른 문화적 환경을 지내왔다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이죠. 인생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한국에서 자란 할머니 순자와 성인이 되어서 미국으로 건너온 제이콥과 모니카 그리고 미국에서 자라고 있는 데이빗과 엔까지 다른 문화에서 자랐기에 약간의 갈등이 있지만 그들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서 외국인이었던 그들이 이민자가 되고, 이민자였던 그들이 미국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빗대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어렵지 않은 곳에 숨어있어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양한 비유들이 등장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특히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미나리’가 영화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지, 영화를 다 보게 되면 알 수 있는데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이 영화가 언론에서 다수 언급될 만큼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분명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임은 맞지만 누군가의 인생영화로 남기에는 조금 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등장하는 영화도 아니고, 상업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도 아니기에 결정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이 형성된 국가가 아니기에 한국 관객들에게 [미나리]가 큰 인상을 남기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만약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라면 기대는 조금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가 하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미나리]의 개봉이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낼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영화를 봤던 상영관에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분들이 영화를 봤던 만큼 오랜만에 극장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미나리]가 나쁜 선택을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임팩트가 강하고, 자극적인 그런 영화는 아니지만 슴슴한 맛으로 술술 잘 넘어가는 미나리처럼 약간의 알싸함이 감도는 그런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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