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07. 파친코

by 허김

파친코는 이미 디즈니플러스에 드라마로 나와 있지만 난 드라마를 보기 전에 책으로 먼저 다 읽었다!

긴 이야기에도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재밌게 읽은 책 파친코~!




파친코

-저자: 이민진

읽던 중 남자친구의 흔적 발견





[리뷰] 스포 있음

파친코는 약 700p가량 되는 장편 소설이다.

평소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남자친구인데, 그런 남자친구가 아주 재밌게 읽었다며 나에게 준 책이라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드라마가 이미 공개된 뒤에 읽은지라 어느 배우가 출연하는지는 알고 있었으나 누가 어떤 인물을 연기했는지는 모른 채로 읽기 시작했다.

나름의 상상을 하면서 읽던 중 글쎄 백이삭이 이민호가 아니라 한수 역할이 이민호라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이민호의 나쁜 남자는 구준표 외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선자와 한수부터 시작해 선자의 아들, 또 그 아들의 아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흘러간다.


한수는 보편적으로 봤을 때 나쁜 남자가 맞다.

아무리 사랑이 없는 결혼이었다 할지라도 가정이 있고 아이들도 있는 남자가 순진한 선자의 순결을 가져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 아들을 낳은 선자를 외면하지 않고 계속 뒤에서 지원하며 지켜보았고, 경제적으로도 계속 도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강한 인물인 것도 맞다.


백이삭의 죽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박애주의자인 백이삭은 선자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한수와 선자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삼고 둘째 모자수도 낳았지만 결국 신사참배 문제로 투옥되고, 경찰서에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앓다 죽게 된다.


백이삭이 죽고도 선자는 계속해서 백이삭의 형과 형수, 또 아들들과 함께 일본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에서 한국인이 살기란 쉽지 않다.

힘겹고 가난하게 살아가던 중 선자와 형수인 경희는 우연한 기회로 고깃집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지만 알고 보니 그것도 모두 한수가 뒤에서 꾸며놓은 일이었다.


첫 째인 노아는 똑똑했고 공부에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선자의 경제력으로는 노아를 좋은 대학에 다니게 해 줄 수 없었다.

결국 노아가 대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한수에게 지원을 받았고, 노아는 그런 한수를 좋아했다.

하지만 결국 노아가 친아버지의 정체에 대해 알고되면서 가족들과 연을 끊고 혼자 다른 지역에 숨어 살며 그토록 싫어하던 파친코에서 일을 하게 된다.


살면서 당연하게 믿어왔던 아버지의 존재가, 목사인 백이삭이 아니라 야쿠자인 고한수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한다.

하지만 결국 한수는 노아를 찾아내었고, 노아는 어머니가 자신을 찾아간 날 자살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노아의 자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렇게까지 어머니가 밉고 자신의 뿌리가 원망스러웠을까?

당시 책을 읽을 때는 솔직히 어떤 마음으로 죽음에 이르렀는지 공감은 되지 않았고 그저 충격적이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노아는 결국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일본에 살며 일본어를 쓰고 한국인임을 티 내고 싶지 않아 했지만 결국 노아의 뿌리는 조선이다.

노아는 신사참배 문제로 투옥되어 고문을 받다 간 정직하고 강직한 아버지를 동경했고 사랑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뿌리가 일본에서 야쿠자 행세를 하며 일본인처럼 살고 있는 고한수라는 생각에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다.

혹시 작가는 노아를, 친일을 할 바에 죽고야 말겠다는 그런 애국심을 가진 당시 조선인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둘 째인 모자수는 노아와 다른 길을 간다.

노아는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성격에, 장사 머리가 있었다. 결국 파친코에서 일을 잘 해낸 모자수가 파친코 한 매장을 맡아 관리하며 가정도 꾸리게 된다.


노아와 모자수의 성격을 보면 참 흥미롭다.

조용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노아는 실제로 파친코와 깊은 연관이 있는 야쿠자 고한수의 친아들이고,

할 말을 다 하고 주먹깨나 쓰는 모자수는 실제로 조용하고 정직했던 백이삭의 친아들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요소들을 생각해 보면 작가가 정말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노아의 아들 솔로몬까지 모두 파친코에서 일하게 된다. 솔로몬은 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회사에서 한 사건을 겪고 난 후 결국 자신의 아버지처럼 파친코를 운영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는 왜 결국 모두가 파친코로 흘러갔는지에 대해 생각해내지 못해 검색해 보니, 많은 사람들은 파친코가 가난과 범죄의 온상을 나타내는 곳으로, 일본에서 지내는 조선인들이 살아가기 힘든 현실을 나타낸 공간이라고 한다.


700p가량 긴 이야기였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새로운 흥미로움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고 드라마도 보았지만, 나는 역시 책이 더 재밌었다. (드라마는 이미 내용을 알고 본 뒤라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장편 소설은 읽고 나면 성취감이 정말 엄청나다.

읽는 나도 성취감이 큰데, 이 긴 이야기를 쓴 작가의 성취감은 얼마나 더 클까?

다음에는 장편소설 '리틀라이프'를 읽어보고 후기를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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