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을 읽은지 2달도 더 지났는데 이제야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구의 증명을 읽고 독후감 대회에 독후감을 제출 했는데 탈락했기 때문이다 :) ㅎㅎㅎㅋㅋㅋ
예상한 바였지만 좀 쓰리군.. 내년에는 좀 더 신중하게 써서 다시 도전해야겠다!
드디어 기록하는 구의 증명~! 독후감과는 다르게 아주아주 가볍게 기록해본다.
구의 증명
-저자: 최진영
[리뷰]
이전에도 최진영 작가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많았기에 구의 증명을 읽으면서도 '역시 최진영..' 하면서 읽었다.
최진영 작가의 작품 특징은 읽으면서 기분이 찜찜하고 찝찝해진다는 점인 것 같다.
이 책은 읽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속이 좋지 않았다. 나는 상상력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을 뜯어먹는다니? 점심을 먹는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아 밥맛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도대체 얼마나 큰 사랑이어야지 사랑하는 사람을 뜯어먹을 수가 있는걸까 하는 생각에 슬펐다. 구와 담의 삶이, 둘의 사랑이 안타까워 슬펐다.
불행은 불행을 잘도 알아보고 들러붙는다더니, 딱 구와 담을 두고 한 얘기같다.
구는 지독하게 가난하고 가족애라곤 없는 집안에서 자랐고 담은 비구니였던 이모와 둘이 살았다.
둘은 초등학교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고,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둘은 사귀는 사이로 발전한다.
한 사건으로 인해 둘이 멀어지게 되는데 담과 구가 보지 않는 동안, 구에게는 연상의 누나 진주가 있었다.
사실 구는 몰랐겠지만, 진주 누나와 한 것도 사랑이 맞을 것이다.
누나 앞에서는 감정에 솔직하여 화도 내고, 같이 잠도 자고, 여느 연인과 다름 없었으니까.
구는 누나와 만나면서도 마음 속에 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구와 진주가 한 것도 사랑일 거라고 생각한다.
담은 진주와 있는 구를 봤음에도, 오랜 시간 뒤 구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당연히 찾아올 것을 알았다는 듯이,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무색하게 굴었다.
가난의 대물림으로 인해 고통받던 구가 담까지 힘들게 만들까봐 그만 헤어지자고, 자신을 떠나 잘 살라고 했을 때도 담은 떠나지 않았다. 구를 잃고 얻은 새 삶이 절대 행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담의 말대로 구의 인생에 들러붙어 인간다움을 좀먹고 구를 불행하게 한 그 '돈'이 결국 구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담은 죽은 구를 집으로 데려와 조금씩 조금씩 먹는다.
정말 어렵지만 나는 이 먹는 행위를, 식인을 통해 구를 영원히 자신에게 흡수시켜 이 세상에 더 오래도록 남게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해했다.
담은 항상 구와 자신이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사이고 퍼즐이 맞듯이 꼭 맞는, 평생 함께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어떤 사랑이면 그런 확신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담은 이모에게서 받은, 그런 보답을 원하지 않고 희생하는 그런 사랑을 구에게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평범하지 않은 둘의 사랑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글의 분위기와 한 문장 한 문장 그 자체로 압도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도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내용이 있다던데 이런 느낌일까 기대된다.
[독서노트]
●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구는 엄청나구나. 구 대신 들어온 다른 것들이 터무니 없이 옅고 가벼워서 구의 밀도를 대신하지 못했다. 구에 비하자면 친구나 공부나 학교 따위 너무도 시시했던 것이다.
●우리는 사귄다는 단어를 채우고도 그 단어가 보이지 않을 만큼 넘쳐흐르는 관계였다.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거야. 그 마음을 까먹으면 안 돼.
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 하고 산다.
●나는, 구의 생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구의 인간다움을 좀먹고 구의 삶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돈이 전쟁이나 전염병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