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22.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by 허김

요즘 진짜 엄청 슬픈 책을 읽고 눈물을 마구 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교보문고에 책을 구경하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 가져온 책이다.

카페에서 읽기에는 위험한데, 눈물이 나서 책을 덮었다 펼쳤다 읽다 말다 반복하면서 겨우 읽어야 한다.

결국 집에서 읽다가 펑펑 울었다.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부제: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저자: 유미


우리 부모님이 아프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선택지는 2개다. (1) 요양병원에 보낸다 (2) 내가 직접 케어한다

나는 남동생이 있지만 남동생은 절대 자신이 케어한다고 나서지 않을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남동생이 직접 케어한다'는 선택지에서 제외다. 부모님의 노후 케어는 철저히 내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유미 작가의 상황이 내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내 어린 아이를 돌봐야하는 상황, 내 가정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동시에 엄마가 걱정되고 직접 옆에서 봐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 자신만큼 엄마를 신경쓰지 않는 형제에 대한 미운 마음 전부 이해가 되었다.

엄마가 요양병원에서 큰 탈 없이 지냈으면 하지만 자꾸 내보내달라고 생때를 쓸 때 덜컥 화를 내버리고 후회하는 모습에서 내 모습이 겹쳐 보여 더 마음이 아팠다.

엄마와의 갈등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에 엄마한테 화는 냈지만 미안한 마음, 그 마음 우리 모두가 알 것이다.


나라도 내 아이와 남편이 있는 집에 아픈 부모를 데려오기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나도 시부모가 아파서 집에 온다고 하면 불편한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원만히 합의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서로를 위해서 집에 아픈 부모를 데려오는 것은 좋은 선택지는 아닐 수 있는데, 병이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읽으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엄마가 어떻게 되든 힘드니까 '나는 모르겠고 간다'는 식인 오빠에게도, 환자들에게 불친절한 의사나 간호사에게도 화가 났지만 이해해보고자 노력하면 이해할 수는 있었다.

오빠는 비싸게 들여놓은 돈이 있을테니 엄마가 아파도 하와이에 갈 수도 있는 것이고

아프고 예민한 환자들을 하루종일 보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도 지치고 힘들 수 있을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이런 감정들을 다스리면서 간병해야 하는 유미 작가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현실이 되겠지 싶어서 숨이 턱턱 막혔다.


내 부모가 정말 한 군데라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아프게 되더라도, 정말 치매만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나도 겪어보지는 않았기에 어떤 병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서도 봤고 다른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서도 살펴본 치매 사례는 주변 사람들을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게 한다는 점에서 치매만큼은 아니길 바라게 되었다.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것 외에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폭력적이게 되거나 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슬프고 괴롭다.

치매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가입하는 카페에서는 '차라리 치매가 아니라 암이었으면 좋겠네요'라고 한다던데, 혹자는 이를 너무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겪어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당사자의 마음을 모를 것이다.


이 작가의 엄마는 이전에도 여러 번의 암 수술을 겪었지만 항상 건강하게 다시 일어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자신의 삶을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뇌종양 그리고 치매증상으로 인해 요양병원에 갇히면서 매일 '나 좀 여기서 내보내줘' 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요양병원 창문을 뛰어내려(1층이기는 해도) 집으로 달아났을까?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으면 맨발로, 그 야윈 몸으로 걸어서 거기까지 갔을지 엄마의 답답한 마음과 소식을 듣고 놀랐을 작가의 마음을 상상하니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작가의 말대로, 어머니인 오미실 여사의 말대로 우리는 정말 죽음까지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죽음의 직전까지 내 삶을 온전히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앞서 읽었던 '사랑을 담아' 책에 나온 동행자살과 더불어 웰다잉, 우리의 죽음에 대해서 더욱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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