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발리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 가져가서 내내 선베드에 누워 뒹굴거리다보니 삼 일만에 다 읽어버렸다.
읽기 전부터 워낙 좋다는 후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하고 봤는데, 잔잔하면서도 문체가 술술 읽혀서 쉽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난 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같은 책이어도 느끼는 바가 참 다양하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독서의 매력을 느꼈다.
스토너는 어릴적 농부인 부모님을 도와 일했으나, 갑작스런 아버지의 대학 입학 권유에 따라 대학에 가서 농업 관련으로 진학하기로 한다. 대학에 가서 농학을 배워오면 집안에 더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정작 스토너가 빠지게 된 것은 농학이 아닌 영문학이었다. 그렇게 영문학의 매력에 빠져 영문학을 공부하고 교수가 된다.
나는 스토너를 읽고 가장 크게 다가왔던 부분이 스토너의 학업에 대한 자세였다.
나도 스토너처럼 몰입과 몰두를 경험하며 끝없이 깊은 공부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떤 공부를 하거나 집중해서 생각을 해내야 할때 한계가 있고, 일정 단계 이상을 지나면 생각들이 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생각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 뚝 뚝 끊기는 느낌이다.
스토너는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해 끊임 없이 탐구하며 몰두해 그것을 진심으로 즐겼다는 점에서 그 모습이 부럽기도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스토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고 하는데, 스토너를 딱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작가가 놀랐다고 한다.
사실 나는 스토너보다는 스토너 부모님의 삶이 딱하게 느껴졌으며 스토너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스토너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원없이 했으며, 원했던 여자와 결혼도 했고, 이후에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도 했고(불륜이었지만), 아이도 보았으니까.
사실 나는 스토너를 지독한 회피형이라 생각했다. 아내인 이디스가 이상하게 굴면 왜그러냐고 물어볼만도 한데 전혀 물어보지 않았으며, 이디스가 아이와 자신의 어떤 교류도 하지 못하도록 다 막아 버리는데도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지는 않고 그냥 몰래 눈을 마주치거나 할 뿐이었다.
자신이 괜히 이디스에게 결혼하자고 해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을까? 그렇다면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노력은 하지 않고 왜 그런 상태를 유지했을까? 이런 의문스러운 마음이 들어 이디스와의 관계에서는 스토너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스토너의 이런 태도는 딸인 그레이스의 삶마저 불행하게 만들었다.
사실 스토너 한 사람 인생 자체로 봤을 때는 평범하고 잔잔했을지 몰라도 가장 측근인 이디스와 그레이스는 불행하다 생각한다.
이디스는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엄격하고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자유로운 선택이나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으며 결혼을 탈출구처럼 여겼다.
스토너와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에서 기대했던 사랑이나 로맨스, 안정감은 찾지 못했고 스토너의 서툶과 무신경함은 이디스에게는 소외감과 실망이 된 것이다.
결혼 초부터 서로 간의 기대와 현실이 어긋나면서, 냉랭한 관계가 고착되면서 서로를 괴롭게 했다.
이디스는 그레이스를 낳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가 당한 그대로를 그레이스에게 물려주었다. 자기 표현을 못하게 하고, 억압하면서 입을 다물게 했다.
그레이스는 이런 좋지 않은 부부관계 속에서 자라나 결국 이디스처럼 원하지도 않았던 임신으로 이 집을 탈출하고 알코올 중독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토너가 밉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항상 고독한 분위기를 풍겼으며 자기가 공부하는 학문을 열정적으로 사랑했기 때문이고, 자신만의 신념으로 옳지 않은 일(교수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을 교수를 시키는 일)에는 가담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인기있는 이유도 불행한 결혼생활, 좌절된 사랑, 자녀와의 단절 등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한 일들을 사실적이고 잔잔하게 풀어내어 화려한 성공보다 소소한 삶에서의 의미를 더 찾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