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24. 눈부신 안부

by 허김


<눈부신 안부> 백수린


양귀자의 '모순'만큼 내가 좋아하는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재밌게 읽은 책.

잔잔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아려오는 글의 분위기, 주인공이 회상하는 추억의 따스함, 우재와의 로맨스도 모두 다 좋았던 책이다.



주인공 해미는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독일로 가 살게 된다.

부모님의 이혼 때문은 아니었지만, 언니를 사고로 잃은 후 아빠는 한국에, 엄마는 독일에 머물게 되었고, 해미는 자연스레 독일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쌓게 된다.

그곳에는 이미 파독 간호사로 나와 있던 이모가 있었고, 해미는 이모와 함께 독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한다. 이야기는 그런 추억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이 유독 나에게 크게 다가왔던 이유는, 나 역시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도 아빠와 이혼한 뒤 이모를 집으로 불러 함께 지내셨고, 두 분은 호프집을 운영하며 살림을 꾸려 나갔다. 최근 이모와 함께 살았던 약 2년의 시간을 거의 잊고 있었는데, 작품 속 독일 이모가 밤잠을 설치는 해미의 이마를 어루만져 주는 장면에서, 어린 시절 이모가 나를 가만가만 토닥이며 달래주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작품 속 선자 이모는 많이 아팠고 그녀의 아들 한수, 친구 레나, 그리고 해미는 함께 선자 이모의 일기를 읽으며 그녀가 한국에서 만났던 첫사랑을 찾아주려 했다.

아픈 이모를 기쁘게 해주고자 하는 순수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결국 첫사랑을 찾지 못한 채 해미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독일에서의 일들은 모두 봉인하여 묻어둔다.

해미가 과거를 의도적으로 봉인했던 이유는, 바로 스스로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지 못했음에도 찾은 척 편지를 쓰고, 심지어 답장을 받았던 일. 그 부끄러운 잘못 때문에 독일의 기억을 애써 지워왔던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동창 우재를 만나 데이트를 하며 그 시절의 기억을 다시 꺼내 보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잘못을 직면한다. 늦었지만 용기를 내어 진짜 선자이모의 첫사랑을 찾아내고, 선자 이모에게 받았던 편지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첫사랑의 정체는 예상치 못했기에 더욱 놀라움과 여운을 주었다.


제목 ‘눈부신 안부’의 의미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안부를 건네는 의미.

잘못으로 덮어두었던 과거에 다시 안부를 건네며 성장하는 의미.

우재와의 우연히 재회하여 안부를 물으며 되찾은 기억과 함께 나아가는 의미.

세 가지 맥락으로 추측해보았다.


마침 나도 최근에 이모가 많이 아파 마음이 무거웠는데, 해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어린 시절 이모와 함께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힘들었던 그때를 나 역시 의도적으로 잊으려 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되었다.

엄마와 이모가 같이 호프집을 해서 저녁에 집을 비우면 나와 동생은 그 긴 밤을 둘이서만 보내야 했다.

그 당시 우리는 12살, 10살이었고 나는 해미처럼 동생을 잘 돌봐주지도 그런 엄마의 사정을 잘 이해해주지도 못하고 징징댔다.

엄마와 이모의 장사는 잘 되지 않았고 결국 해미의 엄마와 이모처럼 다시 헤어졌다. 또한 그 여파로 우리는 엄마가 아닌 아빠에게 옮겨지기도 했다.

힘들었던 그 당시 기억을 잘 꺼내어 보고 싶지 않았고 그때의 일들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꺼내어 똑바로 보고 약을 바르고 치료해야 한다.

해미처럼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바로 마주하며 나 자신을 더 잘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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