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핫했던 책이라 '언젠간 읽어야지..' 하고 있던 차에, 책 동호회에서 무료 책 나눔 행사를 진행했는데 마침 있길래 냉큼 가져온 급류!
도서전에 갔을 때 정대건 작가를 멀리서 보기도 했다.
표지 색감부터 시원시원하고 이뻐서 더 소장하고 싶었는데 무료로 가져올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급류>, 정대건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던데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많이 읽었던 인.소 감성이 떠오르기도 하고,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끈덕지고 엉망이기도 해서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것 같다.
책 제목을 급류라고 지은 이유는 유추하기 쉽다.
사람은 한 순간 급류에 휩쓸리듯 사랑에 빠진다.
도담과 해솔이 그랬듯, 도담 아빠와 해솔 엄마가 그랬듯.
휩쓸려 완전히 망가지거나, 밑바닥까지 잠수했다가 수영해서 잘 나오거나.
사실 나는 저런 사랑이 하고 싶기도, 하기 싫기도 하다.
세상에 어떻게 살아 가더라도 돌아돌아 가더라도 결국은 둘인, 그런 세상에 둘 뿐인 관계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저렇게까지 사랑해야할까, 참 징그럽다 싶어서 싫기도 하다.
그리고 저런 사랑은 정말로 판타지다. 몇 번의 사랑을 하더라도 언제나 마음 한 켠에는 서로가 있어서 결국 둘이 이루어지는 사랑은 정말이지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인기있는 것일 수도.
엄마와 아빠의 불륜관계와 죽음 때문에 어긋나버린 둘이지만, 그래서 둘이 만났을 때 더 아프고 괴롭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을 외면할 수 없는 그런 관계가 참 이상하면서도 애틋했다.
아빠가 죽은 것이 해솔의 탓이 아닌 것을 알면서 해솔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고, 해솔이 싫어하는 행동을 멈추지를 않는 도담은 알고 있었다. 해솔은 절대로 먼저 자신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해솔은 아무리 도담이 밉고 모질게 굴어도 절대 놓는 법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혹여나 해솔이 떠난다고 해도 계속 원망하는 마음을 지속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예전에 영화감독 이옥섭님이 어떤 유튜브 콘텐츠에서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절대 떨어질 일이 없어요, 그걸 너무 충족하기 때문에 떨어질 일이 없어요. 더럽고 징그러워요. 하지만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해솔과 도담의 사랑이 딱 저렇게 더럽고 징그럽다고 생각했다.(사실 '구의 증명'의 구와 담이 이 더럽고 징그러운 관계에 더 어울린다.)
부모님을 잃은 결핍과 그 장면을 목격한 도담과 해솔은 서로를 저렇게밖에 사랑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둘을 보면 힘든 마음에 더 매몰차게 굴었던 도담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사랑을 급류에 빠진다고 비유해보니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험해봤을 것이다. 한 순간 사랑에 휩쓸려 허우적대고 힘들어한 적이 있을 것이다.
소용돌이에 휩쓸리면 숨을 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한다. 급류의 가장 깊은 곳은 오히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처음 사랑에 휩쓸려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다가도, 깊은 사랑에 도달하게 되면 안정되는 순간이 있다. 이 때는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사랑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또 살기도 한다.
급류 같은 사랑에 휩쓸린 사람들이 도담의 아빠와 해솔의 엄마처럼 완전히 망가지지 않고, 잠수했다가 결국 다시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이 사람을 망가뜨리는 일보다 살리는 일이 더 많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