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독서기록.
최근 여러 책을 병독중인데, 독후감 대회에 나가는 글을 쓰느라 여기에 독서기록을 올릴 틈이 없었다.
라고 핑계를 대며 다시 써본다.
<파과> 구병모
이번에는 e북을 읽어보았다.
킬러인데 여자고, 나이가 60대라고?!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개봉했는데,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대체시키지 않고 그 인물 그대로 상상하니 몰입이 더 잘 되었다. 영화는 소설과 다른 부분이 있다던데 영화로도 꼭 봐야겠다 생각했다.
구병모 작가는 파과를 통해서 우리가 가진 노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던 걸까?
캐릭터 설정부터 시작해 노인의 사랑 그리고 마지막 네일 이야기까지, 우리는 정말 수많은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느꼈다.
노인은 다 약할 것이라는 편견, 화려한 네일은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편견 등이다.
의뢰받은 일에 대해 묻고 따지지 않고, 그저 살인을 일로만 생각했던 주인공 조각은 나이가 들고 난 어느 순간부터는 인류애나 연민 따위가 생기는데 갑자기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을 느끼게 된 이유는 강박사다.
원래라면 사람을 죽이는 일, 그리고 이 일과 관련된 사람들만 만나고 살아가던 조각은, 우연히 마주치며 둘만의 이야기를 만든 새로운 인물인 강박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그가 사는 평범한 세상에 대한 동경, 그의 따뜻한 가족 등을 보면서 원래 아무것도 없던 마음에 새로운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사랑에 빠져서 저 차가운 킬러가 이렇게나 나약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의 마음은 참 쉽다.
나는 어제 하루종일 내 개인사로 눈물을 흘렸지만 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10분 사이에 금방 슬픔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또 어제는 좋아죽던 사람도 오늘은 꼴도 보기 싫을만큼 싫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조각의 물렁해진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쉬운 점은 투우다. 투우는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킬러인 조각이 따뜻한 감정을 느끼는 데 화가 났던 것 같다. '너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이나 좋은 감정 따위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어? 그랬다면 왜 우리 가족과 나를 망가트렸어? 왜 진작 나한테서는 느끼지 못했어?' 하는 마음도 당연히 들었을 것 같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결국 투우와 조각이 싸울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결국 투우가 조각을 용서하는 결말이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결말이 더 의외였다. 투우는 결국 조각에 의해 완전히 산산조각 나는구나.
그래서 투우는 '파과'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조각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는데 그 모습을 목격한 뒤로 자신도 킬러가 되었다.
투우는 조각으로부터 얻은 상처난 마음을 지닌 채 자랐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톡’ 하고 갈라지고 터져버리는 상태, 내면의 상처가 한계에 다다라 감정이 폭발하는 투우는 파과 그 자체다.
사실 세상 사람들 대부분 어느 정도는 상처난 과일일 것이다.
그 상처를 제대로 파내지 않고 자라면 한 부분에서 시작된 멍이 점점 커져서 과일을 완전히 썩게하는 것이다.
최근 읽은 책 대부분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똑바로 봐야한다.
어려움 없이 술술 읽은 책 파과. 다음엔 영화를 꼭 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