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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코누 Oct 16. 2023

워킹맘의 착각

초등학교 입학하는 친구의 추억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도 부모도 긴장을 하게 된다.

학교는 어린이집과 다르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많은 것을 해 내야하고 인내해야하고 감내해야한다.

한 반에 친구들도 더 많아지기 떄문에 많은 사람들과 지내는 연습도 해야한다.

사실 한 회사를 오래 다녔던 나로서는 이런 모든 것들이 쉽게 되는 거란 착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회사로 이직을 하고 적응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한 나로서는 자칫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면 어떡하나 나는 워킹맘인데 아이에게 뛰어갈수가 없는데 어찌해야하나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말이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종종 내가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에 대해서 놀랄때가 많았다.


* 엄마의 착각

1. 아침에 일찍 가면 아침돌봄을 가야함 --> (엄마의 착각) 아이가 싫어할 것이다.

2. 학원이 아니라 집에서 쉬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할까?(워킹맘은 퇴근시간에 맞춰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학원 스케줄을 다 짜놓는다) --> (엄마의 착각) 집에서 쉬는 것을 아이가 좋아할 것이다.


그동안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못써준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좀 쉬면서 등하교를 시켜준 일이 있었다.

엄마로서 이렇게 여유롭게 아침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는게 세상 즐거울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는 엄마와 등교하는 것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늘 아이와 손을 잡고 학교 옆 길을 걸으며 수 많은 친구들과 함께 등교했다. 그것도 아주 9시 임박해서...

왜이렇게 아침은 바쁜것인가. 도대체 나는 그동안 출근과 등교준비를 어떻게 해줬는가 싶을 정도로 아침은 왜이렇게 바쁜걸까 싶었다.

그래도 늘 아무도 없는 교실에 1등으로 가는 것보다는 9시 임박해서 친구들 많이 있을때 등교하는 것을 좋아하겠지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이 : "엄마 빨리 회사가."

나 : "왜?"

아이 : "나 학교 일찍 가고 싶단 말이야"

나 : "..."


알고봤더니 아이는 아침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교실에 선생님과 단 둘이 있으면서 책읽고 아침 숙제하는 시간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나 혼자 배려한답시고 아이의 등교시간을 늦게 바꿔버린 것이 아이에게는 싫었던 모양이었다.


머리모양도 옷도 엄마가 신경쓴 아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싶어서 블링블링한 화려한 투피스에 뿌까 캐릭터에 나오는 것처럼 양쪽으로 동그랗게 머리를 말아 묶어주었다. 

그런데 왠걸... 몇일 후 아이가 조용히 내게 와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엄마.. 나는 꾸안꾸가 좋아... 엄마가 속상할까봐 말을 안했는데... 이건 좀 과한것 같아. 친구들이 놀리겠어."


하아...

초등의 세계는 어렵구나.. 이제 엄마 맘처럼 안되는구나..


그동안 아빠가 그냥 질끈 묶어준 머리가 오히려 더 좋았던거구나...

그냥 니가 고른 계절과 상관없던 옷이 더 편했던거구나...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패션관과 그냥 질끈 묶은 머리를 볼때마다 엄마가 신경 안써준 티가 너무 나서 늘 속상했는데... 그건 내 마음이었고 내 만족이었다.


학원 안가고 집에서 쉬는 것에 대해서도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자기는 친구들이 있는 학원이 더 즐겁고 좋단다.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 회사에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을때 보고서 만드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회사 일찍 간다고 주변에서 안타까워들 하는데.. 내가 좋아서 가는거에요 라고 말할수도 없고..

아이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워킹맘이 되면 모든 것이 다 내탓 같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괜히 내가 못챙겨준것 같고..


근데 쉬면서 알게 된 사실에 나만의 착각이었구나... 아이는 나름 자신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던 거구나 싶었다.

훌륭하다.. 

엄마는 그냥 훌륭하다 칭찬해주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또 하나...

내 눈에 눈물을 차오르게 하는 말 한마디에 나는 오늘도 즐겁게 출근을 한다.


"엄마! 나는 엄마가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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