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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공 Aug 19. 2020

매미가, 변했다!

[일일딸공] 변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수컷 매미를 쥐고 배를 간지럽히면 베어링이 나가버린 스피너를 돌리는 듯, 부르르르 진동한다. 단단하고 윤기 나던 몸통과 다리, 상처 없는 날개의 요란한 진동, 여름방학을 맞이한 어린 시절의 나에게, 매미는 자랑스런 전리품 그 자체였다.     


 긴 장마가 끝나더니 며칠 만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이쯤 되면 아가미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던 습기는 다 어디로 가고, 숨 쉬다 화상을 입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 초고온의 오늘, 여름. 하필 이 시간에 왜 밖엘 나온 거야! 후회하며 건물 사이사이 그늘을 골라 퐁당퐁당 길을 걷는데, 사이렌을 내리꽂은 듯 어마어마한 진동과 소음이 훅 치고 들어왔다. 조금만 벗어나도 가청 주파수를 넘어설 거 같은 고주파에 귓바퀴가 부르르르 떨리는 진폭의 소음. 대체 이게 뭐야!!      


 아무리 넉넉하게 쳐줘도 2미터가 채 안 될 것 같은 학교 담벼락 무궁화나무 끝에, 새끼손가락만 한 매미 한 마리가 찰싹 붙어있었다. 아니, 저 작은 녀석한테서 이런 굉음이 난단 말야? 멍하니 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예고도 없이 훅 날아오르는 매미. 헉! 너, 날아오를 때에도 전혀 우아하지 않구나?!      



이상한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매미가, 전혀 반갑지 않았다. 

요란하고 시끄러운 동물! 징그럽게 파닥이며 날아오르는 아이! 엄청나게 큰 곤충!!     

매미가, 변했다!!          


생선을 바라보기조차 징그럽다던 꼬마는 이제, 생선은 물론 생닭까지 만지고 손질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랐는데, 그동안 대체 매미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가 알던 단단하고 매력적인 매미는 어디갔지? 더는 맨손으로 매미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반짝이던 몸통과 다리도, 씩씩하게 울어 젖히던 울음도, 흠집 없는 날개도, 더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던 오늘, 여름.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매미가, 변했다!!       


단단하고 반짝이던 나의 자랑스런 매미는,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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