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고

아니, 시간이 쌓이고.

by 쑥쑤루쑥

큰 동심이가 등교, 등원할 때 엘리베이터 타는 것까지 보고 집으로 들어온다. 나의 배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길로 후다닥 손을 씻고 창밖을 내다본다. 그러면 큰 동심이가 열심히 걸어 나오는 게 보인다. 아이가 잠시 멈춰 서면 우리는 잘 다녀와! 빠이! 어이! 와 같은 대화를 나누고, 아이는 행선지를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그 짧은 동선에도 녹음이 우거져 우리는 서로를 잘 볼 수 없다. 큰 동심이가 멈춰 서는 곳은, 우리 동 앞 공터 바닥 한가운데. 대리석으로 박아둔 태양 모양의 정중앙. 우연치고는 기가 막히지만, 여름이면 빡빡한 초록을 피해 선 그곳에서 우리 집 아이가, 혼자 다니기 시작한 아이의 용기가 태양처럼 땅에서 그렇게 빛난다.


가을이면 씩씩하게 동네를 누비는 동심이를 품은 풍경이 알록달록해질 거고, 조금씩 성글어질 거다. 나뭇가지들 틈으로 여백이 커지면 큰 동심이는 태양의 테두리쯤에서 멈춰 설 거고, 나뭇잎을 알뜰히 떨군 겨울이면 아이 모습을 조금 더 잘 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시간이 잘 흘러간다. 잡히지 않는 순간들이, 동심이와 우리 가족의 그 어딘가에, 그 무언가가 되어 차곡차곡 쌓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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