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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는 사람

나의 세계, 나만의 세계.

by 쑥쑤루쑥

전업주부 10년.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한 10년 동안 나는 육아도 그럭저럭, 살림도 그럭저럭. 전문성이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지만, 중수 정도는 되었노라 자평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육아력, 살림력이 이만치 늘었다면 기쁠 수도 있는데, 나는 기쁘지 않다. 오히려 내공이라 불릴만한 그 무엇이 계속 육아와 살림에만 한정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몰려온다.


손놓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육아와 살림이 아닌 영역. 그 영역에서도 성취를 쌓아가고 싶었다. 떡 이름인 줄만 알았던 경단녀에 나도 합류했을지언정, 여기 이 자리에 계속해서 머무르고 싶지는 않다는 꿈틀거림. 이왕이면 내 재능으로, 최소한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으로.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다. 블로그도, 브런치도. 최근 시작한 소일거리도.


내가 몸담은 이 세계가 다가 아님을 아는 순간이 무척 즐거워졌다. 희소한 직업을 가진 친구의 이야기가 신기하고, 라디오에서 소개해주는 책 이야기가 궁금하다. 내가 몸 담은 세계, 내가 아는 이 우물 너머의 세상이 꼭 필요하다 느낀다.


그렇게 나만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 일단 삽을 떴다. 슬로우 앤 스테디. 그렇게 구축해가려 한다. 지금 하는 것만큼 해내는 것도 어려웠음을 알고, 그렇기에 더 단단한 탈출구가 된다는 걸 잘 안다. 때문에 비슷한 공허함과 울적함을 호소하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나는 뭐가 됐든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봐라, 예컨대 글쓰기! 를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나 잘할 것이지). 모두의 세계를 응원한다. 나도, 친구들도.




사진: Unsplashian doo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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