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잘 안 탄다. 그런데도 한 해가 다르게 여름 나기가 힘들다. 불볕더위와 습기에 걷노라면, 금세 숨이 턱턱 막히고 기운이 빠진다. 얼마 전 본 돌쟁이 아가가 생각난다. 걸음마를 이제 막 뗐는지 몸은 흔들리지만 끝없이 씩씩하게 걷던 아기. 아이는 마스크 없이, 그늘에서 걸으면서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 아침 식사 자리에서 나는 뉴스를 얘기한답시고 가볍게 말했다. 오미크론 중 한 종류가 또 확산세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데. 그러자, 큰 동심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게 아닌가. 벌써 3년째라며.
10년 후, 신나게 뛰어다닐 나이가 됐을 때 그 아이는 여름날을 즐길 수 있을까. 코로나가 독감의 한 종류로 자리 잡고 나면, 동심이가 더 울 일은 없을까. 지구가 뜨거워진다. 난개발로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불필요하게 좁혀진다. 동물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들이 인류에 전파된다. 동시에, 동토가 녹으며 고대 바이러스들이 현대에 침투한다. 선례 없는 신종 바이러스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우리는 이미 그 모든 걸 겪고 있다.
기후위기. 나는 기후위기가 정말 너무 무섭다. 우리가 신나게 자원을 퍼올리고 풍요롭게 지내온 사이, 우리 아이들 세대는 탄소 중립을 위한 실천을 강요받는다. 의학과 기술로 방어한다 해도, 언젠간 불덩이 지구에서 내몰릴 것만 같다. 이 미안함, 죄책감, 불안함에 '그래도, 조금이라도'라는 희망을 한 스푼 타본다. 모두의 생존의 문제가 되기 전에 나부터 할 수 있는 걸 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작은 실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