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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Oct 01. 2022

곰에 별 감흥이 없었다. 변화는 임신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태교로 뽀로로를 보며 생각했다. 볼록해진 배에 뒤뚱거리는 내 모습은 뽀로로를 닮았군. 하지만, 출산 후 엄마로서의 내 모습은 포비 같았으면 좋겠어. 


10년 후 나는 곰이 되긴 했다. 그런데 포비가 아니라 웅녀다. 생각해보니 내게도 돌봄과 살림이 꽤 뿌듯하고 할 만한 일이라 느낀 순간이 있었다. 아이가 뭘 해도 예쁘고, 육아가 실은 내 천직인가 싶은 생각도 꽤 진지하게 했었다. 왜 없겠는가. 단지, 어느 순간부터, 그런 기쁨은 100일에 한 번 꼴로 찾아들었다. 일 년이면 365일. 그러니 일 년에 사나흘 정도.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는 심정이 뭔지 이제 나는 감히 알 것 같다(!). 


웅녀는 100일을 참아내고 사람, 결국 엄마가 되었고, 엄마가 된 나는 웅녀가 되었다. 어쨌든 내가 곰 같아지긴 했으니 바람을 이룬 셈 칠까 보다. 





Photo by Olaf Spinn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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