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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Dec 11. 2022

학군지

싸모님. 지인짜 괜찮으시겠으예? 부동산 소장님은 내게 다시 한번 물었다. 이곳은 이 지역 학군지였다. 애초에 우리가 원한 조건은 아니었다. 우리는 2주 후 이사를 해야 했다. 남편은 출퇴근으로 매일 3시간 이상을 길바닥에 버리고 있던 상황. 무조건 회사 가까운 곳이어야만 했다.  


당시만 해도 작은 동심이는 돌 전이었고, 큰 동심이는 유치원생이라 학군지가 그래서 대관절 어떻다는 것인지 와닿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일을 몰고 다니는 남편이었기에 여전히 바빴지만, 그렇게나마 우리 가족의 일상에 남편이, 아빠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음에 감사했다.


학군지 거주 N년차. 확실히 학군지만의 장단점이 있음을 느낀다. 가장 큰 장점은 아이 키우기 정말 편하다는 것이다. 일단 학교가 코앞이다. 오가는 길에 유해 시설이랄 게 거의 없다. 학교 앞 문방구가 가장 큰 일탈 장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선택지가 무척 많은 학원도 큰 장점이다. 없는 과목이 없고, 경쟁력이 없는 곳은 도태되므로, 그 많은 선택지 중에서 취향껏 고르기만 하면 된다. 교육 인프라 외에도, 상가가 잘 발달되어 무척 편리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단점도 물론 있다. 내가 사교육을 너무 안 시키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되짚어보게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다니던 학원마저 줄이고 한량처럼 자유시간을 누리는 우리 집 열 살과, 각종 사교육 맛보기에 돌입한 친구들을 놀이터에서 보기 힘들어져 슬퍼진 우리 집 여섯 살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사실은 꽤 자주 불안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스스로 긴가민가한 분위기에 휩쓸리기 싫어 동네 엄마들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아싸 라이프를 자처하고 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아이들 가정교육이다. 예절이나 행동규범 같은 것은 부모가 오랫동안 신경 써야 잡히는 영역. 가정교육이 잘 된 아이들도 많지만, 교과목 교육보다 뒷전으로 밀린 듯 더 강하게 대비되는 집 아이들도 있다. 이빨로 물어뜯어 개봉한 젤리 꽁다리를 길바닥에 버리지 않고 자기 주머니에 담는 아이가 기특하고, 세상 예의 바르게 길을 물어오는 아이에게 절로 눈이 가는 이유다.     


남편 직장 따라온 곳.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 지 모르겠다. 그저 사는 동안, 장점을 적당히 누리면서, 적당히 관망하는 자세로 살길 바랬건만. 장점이라 생각한 부분에 나도 몰래 젖어든 것 같아 벌써부터 고민이다. 학군지에서 뒤처질까 한 줄기 불안을 껴안고서 쉽사리 사교육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아이들을 밀어 넣지 못하는 나. 차라리, 자기가 정한 방향성에 고민 없이 충실한 열혈 엄마였더라면 마음이 편했겠다 싶어 오늘도 속이 시끄럽다.





Photo by Alexander Gre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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