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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an 23. 2023

들통과 산통 사이, 산타 텔미!  

엄마, 솔직히 말해 봐. 엄마가 선물 사다 놓고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다고 그러는 거 아니야? 2-3년 전부터 이 무렵이면 큰 동심이는 한 번씩 물어왔다. 그럴 때면 나는 못 들은 척 흘려 넘기거나, 주제를 바꾸는 식으로 대응했다. 어떻게 답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름대로는 동심의 한 자락이 마무리되는 지점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산통을 깨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올해는 작은 동심이를 붙잡고 야, 이무무. 사실은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야, 이무무. 엄마가 택배를... 과 같이 동생 환상마저 와장창 깨뜨리려는 것이 아닌가. 다급하게 그 입을 다물리려다가 남편이 큰 동심이를 모처로 데려가 진실을 얘기해 주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큰 동심이는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비싼 거 사달라고 하면 안 되겠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무사히 넘어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엔 작은 동심이가 묻는다. 엄마, 근데 이상해. 산타 할아버지가 왜 자꾸 같은 봉투만 써? (작은 동심이 유치원에서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기 전 편지 한 통씩을 읽어준다. 그 편지는 부모가 써서 아이들 몰래 원에 전한 것.) 내가 2년 연속 같은 편지 봉투를 쓴 줄도 몰랐고, 이걸 아이가 알아볼 줄은 더더욱 몰랐다. 아이의 말이 이어진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또 이상해. 뚜뚜가 그러는데 산타 할아버지는 한글말 쓸 줄 모른다는데? 영어말 쓴다는데? 뚜뚜에겐 큰 동심이와 동갑인 형이 있다. 아, 집안 단속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사방이 적이다. 





Photo by krakenimag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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