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결혼 10주년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부인은 결혼기념일을 점점 헷갈려하고, 남편은 정확한 날짜를 짚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10주년 기념 선물을 위해 비용을 만들어 두었다. 본인의 용돈을 쪼개어. 그 마음이 몹시 고마웠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알뜰 살림에 대한 압박감이 높은 나날이라 선물 대신 대출 상환에 보태는 게 어떻겠냐고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묻던 아내. 남편은 이번만큼은 양보하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는 반지를 맞추게 되었다.
꽤 비싼 반지였다. 결혼 예물 대신 간소한 커플링을 하고, 럭셔리 브랜드에 별다른 욕심도 관심도 없던 우리 부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몸에 걸쳐온 아이템을 통틀어 가장 비싼 품목이었다. 반지를 볼 때마다 그 비용이 사실 좀 무겁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순기능이 있었다. 반지를 볼 때마다 지난 결혼 생활이, 남편의 그 고마운 마음이 자꾸만 떠오르는 거다. 언성 높인 일도, 눈물짓던 날도, 도망치고 싶던 날도 더러 있었지만, 분명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많은 시간이었다. 그건 남편이 괜찮은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혼 20주년 기념 선물은 내가 먼저 구상하고 준비해야겠다. 그때를 기쁘게 맞이하려면 부부의 건강부터 챙겨야겠노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