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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숙의 맛

그게 무슨 자물쇠야.

by 쑥쑤루쑥

하숙집 주인집은 반지하에서 살았다. 1층과 2층을 모두 하숙방으로 내주었다. 생각해 보면 시설이 썩 좋지 않았다. 우리 하숙집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으로 치면 정비구역이나 재건축 허가가 날법한 분위기의 건물들이 하나같이 하숙 간판을 달고 있었다.


1층. 그것도 골목과 면한 우리 방의 창살은 방범창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의 열려 있던 대문은 여닫을 때마다 힘겹게 삐걱거렸다. 각층의 공동현관 역시 거의 열려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 1층에만 방이 5개, 그중 우리처럼 2인실이 몇 있었으니 1층 사는 사람만 10명 정도인데 화장실은 딱 하나였다. 아침마다 씻으려고 줄 서느라 전쟁이 따로 없었다.


룸메가 이사 나가고 두어 달 있다 2층 1인실로 옮겼다. 2층도 사정은 비슷했다. 다만 복도식이라 방들이 더욱 친밀하게 마주 보는 구조였는데 방음이 잘 되지 않았다. 당시 새로 옮긴 그 방엔 현관용 자물쇠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너무 헐거워져 있으나마 나한 상태가 되었다. 주인집에 말씀드렸더니, 아저씨가 수리를 위해 가져온 건 이쑤시개였다. 못 대신 이쑤시개로 수리한 자물쇠가 얼마나 갈까. 다시 한번 물건을 도둑맞았다. 한 하숙집에 머물면서 도둑을 두 번이나 맞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물건 다음에 상하는 건 내가 아닐까. 자기 자식이 집 떠나 하숙을 한대도 이 따위 자물쇠를 달아줄까. 분노와 함께 안전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졌다.




사진: UnsplashMichael Dziedz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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