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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숙의 맛

룸메란 무엇인가.

by 쑥쑤루쑥

첫 하숙집. 첫 하숙방. 나는 룸메와 함께 지냈다.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같은 학교를 나왔을 뿐, 서로 아는 바가 없었으니 어쩌면 맞지 않는 게 당연했다. 일단 성격이 많이 달랐다. 생활습관도 차이가 컸다. 명절에 본가에 먼저 떠난 내가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갔다 오면, 나중에 떠난 그 친구가 방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내려갔다. 어느 정도였냐면 도둑이 다녀갔나 싶게. 말끔했던 방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나는 싫은 소리는 못하고 스트레스가 쌓여갔고, 불편하긴 그 친구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우리의 동거가 1년을 못 채운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친구가 이사 나간단 말을 안 해서 나는 새 거처를 미리 알아보지 못해 몇 달을 꼼짝없이 방값을 두 배를 부담해야 하기도 했으니, 첫 객지 생활, 첫 합숙에서 동거인의 요건과 매너에 대해 나로선 많이 배우기도 했다.


물론, 사교적이던 룸메 덕분에 새로이 알게 된 좋은 친구들도 있었다. 게다가, 그 해 우리 방에 도둑이 들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서로 썩 잘 맞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첫 객지 생활을 혼자 시작했더라면 외롭고 위험했겠구나. 룸메 둘 사이가 어떻건 간에 룸메라는 존재가 있어 양가 부모님은 걱정을 더셨겠구나.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의 장단점을 몸소 느껴본 귀한 시간이었다. 객지 생활은 별일이 없는 한 이후로도 계속될 것이었으므로. 시행착오가 없다면 모를까, 겪어야 한다면 초반이 낫다는 지론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숙은 내게 많은 경험의 시작점이 되었다.




사진: UnsplashBannon Morr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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