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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숙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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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Apr 20. 2023

코 앞에서 강력범죄.

어느 날 우리 하숙집 공동현관에 도어락이 설치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는 두꺼운 유리문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인근 하숙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우리 하숙집은 여학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기에 모두들 긴장하며 다녔다. 매일 오르내리던 언덕길이 어쩐지 무서워졌고, 직전 하숙집에서 겪었던 것 같은 도난 사건 하나 없이 평온했던 하숙생활이었음에도 본가에서의 생활과 비교되며 너무나 위험하게 와닿았다. 


하숙집은 군락을 이룬다. 밀집도도 상당히 높다. 지하철역에서 학교 정문으로 가는 길 오른편 오르막으로 좌르륵, 후문 길 건너에 좌르륵, 국철역에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길 왼편으로 좌르륵 정도가 대표적인 밀집지역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하숙집과 같은 줄에 있던 우리 하숙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이 없지만, 나처럼 아마도 가깝지는 않았을 집을 떠나 언덕배기 좁은 방에서 객지 생활했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무렵, 아래층 하숙생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보이질 않았다. 하숙집 아주머니가 알려 준 소식은 이러했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어떤 이성과 교제를 시작했는데 사적인 생활이 도촬 당한 걸로도 모자라, 온라인에 유포가 돼서 휴학하고 고향집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유난히도 선했던 그 하숙생의 인상이 떠올랐다. 명백한 범죄였다. 


강력범죄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여태 요행히 나는 피해 간 것일 뿐이라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단지,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비를 할 뿐이다.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경계의 울타리를 어디까지 얼마나 촘촘하게 두르고 살아야 할까. 안전한 생활에 있어 지금도 계속되는 질문이다. 




사진: UnsplashDavid von Die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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