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당근으로 부지런히 살림을 비워내는 중이다. 주로 판매하는 입장. 그동안 상대방의 무례함에 혀를 내두른 적은 있어도 위험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좀. 무서웠다.
판매글을 올리자마자 사고 싶다는 채팅이 온다. 그런데 지병이 있어 외출이 어렵다며 본인이 거주하는 단지의 특정 지점으로 와달라고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전직 경찰였다며 믿고 와달라고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자정이 넘은 시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운전해서 오기만 하면 된다, 왕복 OO분이면 거래 가능하다, 그 단지는 지금 환하다는 등 회유의 말을 쏟아낸다. 갑자기 내 맥박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뭔가 찜찜하다. 게다가 글이 상당히 어눌하다. 그런데 바로 하루 전 다른 판매자에게 '방문했다'는 후기는 뭐지. 갑자기 식은땀이 흐른다.
몸이 불편하시다니 택배 거래를 하거나, 입금받고 사시는 곳 아파트 초소에 맡기면 찾아가는 방식. 둘 중 하나만 가능하겠다고 답하며 대화를 끝냈다. 그간 택배 거래 시 주고받는 개인 정보엔 무감각해졌는데 사실 이번엔 그마저도 내키지 않았다. 그가 정말 환자일 수도 있다. 정황상 확률이 낮아 보이지만. 악의 없이 그저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 싶은 감각이 발동한 이상 거래를 진행하긴 어렵다.
다시 한번 거래 원칙을 되새겨본다. 직거래는 우리 동네. 그것도 유동 인구 많은 개방적인 장소에서. 그리고 명심하자. 소소한 판매대금보다는 내 안전이 더 중요하다.
사진: Unsplash의Ashkan Forouz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