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오랜 시간을 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내 독서는 띄엄띄엄이요, 짬짬이다. 식사를 동심이들보다 먼저 끝내고 식탁에서 잠깐, 외출 중 대기하며 잠깐, 자기 전 이부자리에서 잠깐 이런 식으로. 그렇게라도 다른 이가 정성스럽게 쓴 글을, 읽는 날과 읽지 않는 날이 미묘하게 다르다. 육아서라면 화가 끓어오르는 순간에 한 번쯤은 부드럽게 넘어가고, 글쓰기 책이라면 하루쯤은 글 쓰는 속도가 달라진다.
애저녁에 다독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예방주사가 되고, 위안이 되고, 사전이 되고, 눈물이 되고, 웃음이 되는 경험을 한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꾸준히 독서를 이어간다. 달팽이가 된 것 같은 심정으로. 달팽이는 흰 음식을 먹으면 흰 똥을 누고, 초록 음식을 먹으면 초록 똥을 눈다. 나의 독서는 속도도, 똥도 달팽이를 닮았다. 오늘은 또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똥을 눠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