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늘렸다. 소일이 대일이 되었다. 이 정도로 늘리려던 건 아닌데 일이 그리 되었다. 운동하고 집안일하는 시간을 빼고,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일에 투입하고 있다. 잠순이가 수면 시간까지 끌어왔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냈더니 살이 쪽 빠지고 팍 늙는 것이 느껴진다. 피로도를 비유하자면, 신생아 모유수유 시기, 둘째는 떡애기인데 큰 애 마저 너무 어린 그 시기와 맞먹는 것이. 대략 좋지 않다. 극도로 피곤했고, 극악하게 아이들을 다그쳤던 시기였으므로.
피곤 못지않게 힘든 것은 정리를 못하고 사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늘어난 것이? 돈이면 좋으련만! 먼지가 날 반긴다. 청소기는 날마다 겨우 돌리지만. 곳곳에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가 점점 덩어리 지는 것이 보인다. 조만간 민들레홀씨 코스프레라도 할 요량이다. 그랬더니, 내 책상에 서류가 쌓여간다. 매일 만지작거리는 건 빙산의 일각. 아래로 거대한 서류 더미가 날 보고 거만하게 웃는다. 당신 방을 내가 점령하고 말겠다며. 그랬더니, 사진이 쌓인다. 휴대폰 백업을 못 해 용량이 훅훅 찬다. 그랬더니, 여기저기 벌려 놓은 자리에 글을 못 쓴다. 가수면 상태로도 일과 중 '이건 글로 남겨야지'라고 결심한 많은 순간이 휘발했다. 배꼽까지 내려온 다크서클로 저글링하며, 내가 얼마나 뿌듯해했는데. '이렇게 나는 글쟁이가 되어 가는 것인가 으흐흐'라면서. 그랬더니, 피곤한 몸에 피곤한 정신이 깃들었다. 매일의 내겐 시시콜콜한 행동만 있지 감정과 생각은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여유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계속 이렇게는 살 수 없겠고, 바쁜 게 좀 끝나면 밀린 정리 좀 한 판 해야겠다. 대청소의 그날, 나는 변신할 거다. 변신 주문은? 치링치링 캐치링!
사진: Unsplash의Aron Visu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