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에서 내 또래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걸어온다. 살랑살랑 봄 분위기 물씬 나는 롱 스커트 아래로 엄청난 종아리 근육이 보인다. 아주머니는 팔자로 걷고 있었다. 문득 중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누가 뭐라지 않아도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 체육시간에 단체로 기합을 받았던 것 같다. 친구들은 다리에 알통이 배기면 안 된다며 집에 가서 맥주병으로 종아리를 풀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아무도 우리 다리에 관심 없는데. 오늘 밤 이 알통을 풀지 않으면 나는 정말 닭다리가 되는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던 소녀는, 20여 년 후 행인의 종아리 근육에 반하고 말았다. 언니, 겁나 멋있어! 아는 언니였다면 정말이지 쌍따봉을 날려주었을 것이다.
필라테스에 갔다가 오랜만에 거울로 내 전신을 유심히 봤다. 나름대로 꾸준히 하는데 그 어떤 변화도 없는 게 신기한 즈음이었다. 그러다 내 다리에 시선이 머물렀다. 어? 내 종아리에도 근육이 좀? 붙은 것 같다. 딱히 다리가 당기지도 무겁지도 않은 걸 보면 이건 필시 운동의 결과물인 걸까! 기쁘다가... 그런데 왜 내 다리 근육은 멋있지 않은가 잠시 쪼그라들었다. 소녀는 20여 년 후, 정말 닭다리 같은 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맥주병으로 다리를 안 문질러서가 아니라 운동으로. 이 닭다리 만들기도 어려웠다. 말 다리를 향하여 냅다 달려봅시다. 꿈은 원대하게 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