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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n 13. 2023

참 쉬운 남의 육아.

친구가 맛있는 크레이프 케익을 보내줬다. 멀리 사는 친구가 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에 놀러 왔다. 우리의 급 만남이 불발되자, 아쉽고 미안한 마음에 보내준 선물이었다. 감사 인사와 함께 '이거 만든 사람 상줘야겠다'라는 큰 동심이의 말을 전할 요량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친구가 대뜸 고민을 풀어놓는다. 내 친구들 중 가장 일찍 결혼해 아이들이 가장 고참인 집이다. 아이가 수학 학원을 다녀오더니 열변을 토했다고 했다. 원장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봉사처럼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줬다고 했다. 어르신들을 '노친네'라고 일컬었다고도 했다.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그것도 아이들 앞에서) 쓰는 것은 교육자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성숙하지 못한 것이 맞다. 아이는 그 부분을 크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엄마는 그 교사보다 아이에게 더 화가 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엄마가 화가 나는 이유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내 의견을 물었다. 


나는 일단 아들 잘 키웠다며 아이에게 칭찬해주라고 했다. 부당한 걸 부당하다고 감지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 나이대에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쯤하고 통화를 마쳤는데, 뒤늦게 아차 싶다. 적절치 못한 말과 행동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산다. 아이의 기준은 이 사회의 평균을 한참 웃도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상에 가깝다. 그러면 커서도 잘못은 남들이 하는데, 엉뚱하게 그걸 목도한 아이가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거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부들부들. 뭐 이렇게. 그렇게 25년이 지나면 나같은 어른이 되는 거다. 그래서 얼른 카톡을 남겼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언행을 하고 산다. 잘못된 걸 알아차리는 건 굿. 하지만, 저건 좀 별로네.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 하고 넘기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나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필요하면 내 이런 얘기까지 다 아이에게 오픈해도 좋다고. 


그러고 나니, 내 꼴이 참 우습다. 나는 우리집 남매 때문에 한 바탕 눈물을 쏟고 난 뒤였다. 어쩜 남의 집 육아는 이리 쉬울꼬. 좋은 이모 되기도 쉽다. 좋은 엄마 되기가 어려울 뿐이다. 



사진: UnsplashNatalia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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