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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Mar 06. 2023

이방인과 위험

얼마 전 단지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끄러웠다. 하교 후 혼자 학원에 가던 아이가 백주대낮 단지에서 모르는 어른에게 봉변을 당할 뻔했다고 한다. 아이 말을 믿기 어려웠던 엄마가 보안실에 가서 CCTV를 확인했고, 아이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아이가 가까이 있던 다른 아주머니에게 가 도움을 요청하면서 화를 면했지만, 그 소식을 접한 다른 주민들까지 한 동안 불안해했다.


지금 사는 동네에 이사 온 지 만 4년이 다 되어가는데, 비교적 평화롭고 폐쇄적이기까지 한 이 동네에서도 소란스러운 일이 제법 있었다. 그때마다 당장 혼자 다니는 큰 동심이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아이에게 사실대로 말하려니, 가뜩이나 걱정 많은 아이에게 위험을 과도하게 인지시키는 것 같아 불편했고, 적당히 에둘러 말하면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느냔 의구심을 마주해야 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성범죄자가 같은 도시에 산다는 통지서를 받곤 했다(그 통지서로 말할 것 같으면 대체 뭘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 이사 오고 나서는 그 우편물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 변화는 참 좋았건만. 이 동네에서 있었던 몇 가지 소동도 종류가 꽤 다양하고, 결코 가볍지 않았던 걸 보면, 어딜 가나 어느 정도의 위험은 도사리는 것 같다. 


아이가 몇 살이면 아이 안전에 대한 걱정을 부모는 멈출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날이 오긴 올까. 적당한 경계와 방어에 익숙해져야 하는 세상. 어떨 땐 차라리 위험한 소식에 대해서 모르고픈 마음으로, 위험 총량의 법칙에 기대고 싶어 진다. 





사진: UnsplashLuis Villas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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