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와 아빠는 틈만 나면 신문을 읽으시거나 TV뉴스를 보셨다. 내가 보기엔 좋은 소식이랄 것도 없고, 어려운 정치 이야기가 난무할 뿐이었다. '시사'란 그저 '고오급 교양'일뿐이라며 애써 멀리하며 살았다. 그러다 대학생 때는 광우병과 촛불 시위에 대해 외조부와 얘기해 봤고, 사회인이 되고는 정치인의 언행과 입장에 대해 아빠와 가끔 얘기를 나누곤 했다. 물론, 내 깜냥이 일천하여, 그런 식의 대화는 아주 희소했고 짧았지만.
그러던 소녀가 요즘은. 음악 라디오 대신 경제 뉴스를 찾아 듣고, 잠깐씩이지만 정치 뉴스를 짬짬이 탐독한다. 딴 나라 일 같았던 경제가 내가 서 있는 거대한 판이요, 우리 집 가정경제의 토대인 것을 안 탓이다. 정치를 위한 정치, 쇼 같은 정치가 너무 싫지만, 입법과 표결 권한을 쥔 그들의 선택애 내 일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안 탓이다. 여전히 경제도 정치도 내겐 너무 어렵다.
하지만, 어차피 모르니까라는 마음으로 계속 멀리하기보다는, 귀동냥이라도 하고 사는 지금. 나는 내가 한 뼘만큼은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빠도, 외할아버지도 살아계셨더라면 몇 분쯤은 더 길게 교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늘도 단상 너머엔 그리움이 주렁주렁이다. 쪼꼬미가 이만치 커버린 것이. 기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