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었다. 동심이들이 몇 달 전부터 고대하던. 폭우가 쏟아졌다. 사람 많은 곳에서 기 빨리는 게 너무 싫은 나는 '슬기로운 집콕'을 컨셉으로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여느 주말보다는 특별한 연휴여야 했다. 나는 아이들이 오래전부터 찜콩한 선물을 사두었다. 그리고 새로 나온 케잌을 주문했다. 연휴 내내 시험공부 예정이던 남편은 미안한 마음을 동심이들을 위한 또 다른 선물로 덜고자 했다.
그리고 사흘 후 어버이날. 동심이들은 편지와 선물을 우리 부부에게 주었다. 학교에서, 유치원에서, 학원에서, 그리고 집에서 짬짬이 준비한. 보통 정성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큰 동심이의 작품은 제법 화려하고 제법 정교한 것이, 상당히 시간을 들인 게 분명했다. 그 사이 나와의 신경전으로 마음이 상해 방문을 걸어 잠그고도 뭔가를 사부적 거리던 것이 날 위한 선물이었다니.
마침 여사님이 집에 와계셨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나는 모처럼 대면으로 현금을 봉투에 담아 드렸다. 증정식을 하며 동심이들을 향해 외쳤다. 얘들아, 이거 봐. 어른이 되면 어버이날에 이렇게 용돈을 드리는 거야! 농담 섞인 가르침을 전하며.
아이들에게는 선물과 케익을 주문하는 정성을, 이여사께는 현금을 뽑아 둔 정성, 정갈하게 봉투에 담는 정성을 발휘했다. 어른의 정성은 온통 물질 투성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퍽 만족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하나로 가슴을 가득 채워주는 동심이들의 정성 앞에. 내가 들인 공은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돈으로 하는 표현에 익숙해지는 게 어른의 삶인 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돈으로 어디까지 바꾸며 사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사진: Unsplash의freesto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