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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Sep 29. 2022

어설프지만 고마워, 균형감각!

동심이들은 아직 정리 정돈을 잘 못한다. 특히 10대에 들어서 큰 동심이의 방은 까치발로 다녀야 한다. 처음엔 잔소리 꽤나 퍼부었는데, 모자 사이만 틀어질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믿는 구석이 생겼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쯤이면, 자기가 스스로 치우기도 한다. 가뭄에 콩 나듯이지만 어쨌든. 잔소리 없이도 움직이는 걸 봤다. 


나는 기본적으로 짜증이 많다. 평화롭게 지나간 날은 정말 아무렇지 않아서가 아니라, 심신의 컨디션이 좋거나, 자제력이 잘 발동한 날일 가능성이 높다. 나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잔소리며 화를 내곤 하는데, 그게 과하다 싶은 날은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그러면 다음 날 하루 정도는 (운 좋으면 더 오래)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면 폭발하고, 미안해지니까 다시 자제력을 탑재하고 뭐 그런 식이다. 


아들의 방도, 나의 화도 중간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째 인생은 적당히가 없다. 무게 중심이 잘 잡힌 저울이길 바라는데, 현실은 시소다. 과격하게 힘이 들어간 나머지 통통 튀어 엉덩이가 아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다 싶을 때 반대쪽을 향하는 본능 같은 이 감각 덕에. 후회와 반성으로 점철된 육아 라이프일지언정, 나는 또 하루를 시작한다. 더 나은 하루를 위하여 아이들 손을 기꺼이 잡을 용기를 낸다.  





Photo by Pascal Bernard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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