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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Aug 09. 2023

투머치.

다이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격 대비 내구성과 고객 센터 전문성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다이슨 제품이 두 개나 있다. 모두 남편 주도로 산 것이다. 하나는 청소기다. 무선인 건 편하지만, 백만 원에 가까운 제품의 외관이 한 눈에도 약하디 약했다. 거의 10년 쓴 지금은 곳곳이 너덜거린다. 무선이라 정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데 긴축 재정 중이라 다이슨은 내려놓고 기존에 쓰던 유선 청소기를 다시 꺼내 쓰고 있다. 


축구장만 한 집이라면 칸칸이 코드를 꽂았다 뽑는 게 번거로울 수 있겠다. 우리 집은 콘센트 한 두 번만 옮기면 온 집안 청소 끝. 청소기의 핵심인 흡입력도 유선 제품이 월등하다. 다이슨이 아쉬운 건 침구 청소할 때뿐이다. 다른 하나는 헤어드라이기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서 나는 안 쓴다. 내가 쓰는 건 3만 원대 바비리스 제품.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래됐지만 여전히 애용한다. 가벼워서 손목에 부담이 없고 바람이 세서 만족스럽다. 이만한 게 없다. 


기술은 진화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품의 가격은 더욱 높아진다. 높아진 가격에 걸맞게 최첨단 기능이 탑재된다. 다이슨 최신 청소기 모델은 무려 광선을 쏜다. 놓치는 먼지가 없게 도와준다고 한다. 그런데 별로 사고 싶지가 않다. 먼지 좀 놓치면 어때. 광선 연구할 시간에 하드 웨어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고객센터 직원 교육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다. 


나는 오늘도 10년 넘은 유선 청소기로 집안을 깨끗이 하고, 3만 원짜리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릴 것이다. 다이슨보다 더 연식이 높은 그 청소기는 축구 열심히 한 어린이처럼 몸 곳곳에 잔 상처가 많다. 하지만, 금 간 곳 하나 없다. 무엇보다 강력한 흡입력이 전혀 줄지 않았다. 헤어드라이기는 겉만 봐서는 새것처럼 깨끗하기까지 하다. 기술은 편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진화하는 기술이 늘 반갑진 않다. 




사진: UnsplashChristopher Bu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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