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쑤루쑥 Dec 04. 2023

키, 시력, 그리고 치열.

큰 동심이는 안경잡이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뭔가를 사부작거리며 만들어내느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그런데 스탠드를 잘 안 켠다. 가구 배치상 천장등을 등지고 앉다 보니 책상에선 꼭 스탠드를 켜라는 당부도 잔소리일 뿐이다. 어제도 그랬다. 스탠드를 켜자고 했다. 한 번 나빠진 시력은 돌이킬 수 없다고. 그러자 아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괜찮아~ 드림렌즈하면 되잖아!


한 안과에서 큰 동심이에게도 권한 바 있으나, 우리는 안경을 택했다. 가뜩이나 신경 쓰고 사는 게 많은데 하나 보탤 여력이 없었고, 어떤 식으로든 각막에 인위적으로 손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육아 고난도 3종 세트"가 있다. 드림 렌즈, 교정, 그리고 성장 클리닉이다. 공통점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아마도 그래서 난도가 높다고 할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일지 모르겠지만, 건너 건너 듣기로는 아이가 셋인 집에서 셋 다 3종을 해서, 교육비 포함 달에 돈 천만 원은 우습다고도 한다. 게다가, 이 3종 세트는 모두 부모 도움이 필수다. 때문에 집 밖에서 숙박하는 수학여행을, 달가워하지 않는 집도 있다고 한다. 


이미 교정은 시작했다. 미용이 아니라 치료 목적이다. 아이는 키도 그리 크지 않다. 또래 중에 늘 큰 편이던 아이의 성장세가 껶여, 보통 내지는 작아 보이는 축에 들게 된 이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옛날 같으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말고, 딱 30년 전만 해도) 작으면 작은가 보다, 깡을 키우자 했을 거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성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키를 키우려고 성장 치료를 많이들 한다. 그러면, 성장 주사를 맞고 원래 크려던 것에서 플러스알파만큼 더 큰 아이들 속에서, 우리 집 아이만 점점 작아질 수도 있다. 그런 상상이 부모에게 달가울 리 없다. 


시력, 키, 그리고 치열. 의료의 영역이 아니던 것이 의료의 영역이 되어간다. 병원 입장에서는 확실한 수입원이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나날이 높아지는 평균치 속에서 내 아이만 뒤쳐질까 불안한 영역이 늘었다. 거기다 등골이 휜다. 휠 등골마저 없는 집에서는 얄팍한 지갑에 고개를 숙여야 할지도 모른다. 의료 기술은 분명 발전했다. 하지만, 값비싼 걱정은 늘어만 간다. 




사진: UnsplashVolodymyr Hryshchenko

매거진의 이전글 국영수 대신 예체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