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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May 15. 2021

교육관, 그 하찮음에 대하여

큰 아이 친구 엄마와 우연히 티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저런 일상사를 얘기하고 헤어지는데 그 엄마가 하는 말이,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나 학원 얘기를 안 한 게 처음이었다고 한다. 


학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교육. 그리고 삼시세끼 밥만큼이나 아이들 일과에서 자연스럽게 한 자리 차지하는 이름. 우리 집 아이들도 학원에 다닌다. 아직은 입시에 대한 압박감 없이 보내고 있지만, 아직일 뿐이다. 그 말은 언젠가는 입시를 위한 레이스에 등판한단 뜻이다. 나는 입시가 싫다. 내 학창 시절도 엔딩은 입시였지만 과정만큼은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세대가 바뀌면서 입시판이 뭔가 더 치열해지고 무서워진 느낌이다. 그 판에 언젠간 우리 아이들도 서야 한다. 안 세우면 될 일 아니냐고? 잘 모르겠다. 나는 입시가 무섭고 싫지만, 이 정규 궤도를 화끈하게 벗어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명문대 졸업이 안락함을 보장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격변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잘 헤쳐나가는데 교육 과정이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일단은 입시를 향해 내달려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재미있어하는 걸 지원해줘야지’, ‘소질을 보이는 분야를 지원해줘야지’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충실해왔다 자평했다. 특별할 것 없는 교육관이 특별하단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허구였음을 깨달았다. 아이가 더 이상 재미없다거나 못하겠다고 하면, 그럼 쉬자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 ‘이 끈을 여기서 영영 놓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섰고, 나는 선생님과 상의하여 정규 진도 대신 번외의 재미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 내용을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이 변화를 조금 더 겪어보고 다시 생각해보자고 아이를 다독여야 했음은 물론이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흥미를 되찾은 듯하지만, 쿨하게 관두라고 하지 못한 내 모습이 나의 현실이었다. 


아마도 학년이 높아지면서 아이가 뒤처지는 영역이 생기면, 나는 아이의 관심사에 상관없이 사교육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원만한 학습을 위해.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게. 자신감을 북돋울 수 있게 등등. 닥치지 않은 일임에도 떠올릴 수 있는 명분이 벌써 이렇게나 많다. 


교육관. 부모와 그 가정의 지향점이 담긴 귀한 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참으로 하찮게 느껴지곤 한다.




 


* 커버 이미지 : Photo by Dragos Gontari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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