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정형외과가 있었다. 온몸의 관절이 덜그럭거려 문제가 많은 몸인데, 병력을 꼼꼼히 체크해주고 과잉 진료가 없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통증이 도무지 낫질 않는다. 예컨대, 지속적인 외래진료로도 호전이 안 되면 바로 큰 병원에 MRI를 의뢰하면 될 것을 굳이 체외충격파를 먼저 해보잔다. 그래도 호전이 안 되면 그제서야 2차병원으로 넘어가자는 식이다. 하자는 대로 했던 나는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을 더 지체한 채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그 단골 정형외과에 여사님도 모시고 간 적이 있다. 발톱을 빼면 될 것을 드레싱만 하고 자꾸 지켜보자고만 했다. 엄마의 복잡한 병력을 다 알고 있고, 함부로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아 우리집 체류 중 많이 불편하실 때마다 가긴 한다. 하지만, 답답했다.
큰 동심이가 발바닥에 사마귀가 생겨 동네에 새로 생긴 피부과에 갔다. 전문의가 운영한다길래 일부러 찾아갔건만. 몹시 신경쓴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스크린 화면에 뜬 미용 시술 패키지 비용이 뒷목 잡는다. 느낌이 쎄하다. 하지만 이왕 온 거 진료는 받아본다. 냉동치료를 12회나 받으란다. 원인이 인유두종바이러스인데 예방주사를 맞으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접종까지 권한다. 설명 과정에서 의사는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도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돌리고 돌려 말했지만 성교육을 아직 안 한 애 앞에서 왜 굳이 이런 얘기를 반복해서 하는건지 난감하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상담실'에서는 9가 백신을 권한다. 3회에 65만원짜리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무료 백신이 있음에도. 그건 4가라는 이유로 깎아내린다.
시간이 지났다. 나는 결국 병원을 옮겼다. 새로 옮긴 병원은 종합병원이다. MRI를 통해 원인을 찾아 그 사이 불편함이 많이 줄었다. 원인이 복합적이라 다른 진료과와 협진도 있었고, 약을 장복중이다. 하지만, 일상이 훨씬 수월해졌다. 만성적인 불편함이 빠른 속도로 추가되는 사십춘기는 아직도 현타를 선사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 여기기로 한다. 그 사이 엄마는 본가에서 가까운 병원에 가서 문제를 해결했다. 엄마의 무거운 병력을 모두 알렸음에도 부담없이 처치했고, 할아버지 의사의 처방은 주효했다. 큰 동심이도 다른 피부과에서 사마귀를 뺐다. 냉동치료 받은 횟수는 5번.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기. 과잉진료와 과소진료 사이 그 어딘가. 병원 다니면서도 그게 제일 어렵다.
사진: Unsplash의István Ján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