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 무늬를 싫어한다. 그냥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리고 민소매를 입지 않는다. 팔뚝에 콤플렉스가 있다. 더워도 너무 더웠던 올여름, 아무래도 민소매를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알아보니 웬만한 민소매는 암홀이 너무 큰 게 문제였다. 그러다, 암홀이 딱 맞는 민소매를 드디어 찾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스트라이프다.
한참을 고민하다 그래도 덥게 다니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 주문했다. 배송된 스트라이프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살펴본다. 잘 어울리는 건지 역시 모르겠다. 동심이들을 소환했다. 얘들아, 엄마 줄무늬 옷 샀는데 어때? 작은 동심이가 말했다. 우와 엄마! 나도 엄마 꺼 같은 민소매 니트 사줘! 큰 동심이가 말했다. 짧고 굵게. 엄마, 젊어 보여!
젊어 보인단 말에 꽂혀서 그 옷을 그리도 부지런히 입고 다닌다. 스트라이프가 안 어울린다고? 안 어울려도 된다. 젊어 보이니까! 팔뚝 콤플렉스는 어쨌냐고? 절로 치유됐다! 젊어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