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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n 29. 2021

정이 붙는 소리

지금 동네에 이사온지 만 3년이 되어간다. 그냥 객지였는데. 이제 우리 동네 같다. 동네가 우리 동네가 되는 나만의 시그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단골 가게가 생긴다. 나 혼자 가면 동심이들 안부를 물으시고, 오다가다 인사 나누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가끔 소상공인과 동네 소비자의 관계 그 이상의 친밀함이 오가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작은 동심이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과일가게 할아버지, 세탁소 이모한테도 보여준다. 


둘째, '합'의 단계에 이른다. 처음엔 새 동네의 장점만 눈에 보인다. 그러다 단점이 싹 다 뒤덮어버린다. 그러다 마침내 장단점이 균형 있게 조합된다. 정반합이 이렇게 쓰이기도 한다. 


셋째, 교류하는 이웃이 늘어난다. '아싸'라 교류하는 이웃이 많진 않다. 하지만, 아이 친구 엄마들 중 얘기가 잘 통하는 사이가 몇 생겼다. 생판 모르는 동네에서 맘 맞는 이가 생긴다는 건 뜻깊은 일이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시간대에 움직이며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단지 같은 라인에 산다는 것 말고는 공통분모가 없는 사람들. 그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시작은 의례적 인사였지만 이제는 반가운 사이도 생겼다. 같은 단지에서 이사를 했었다. 당시 위층, 아랫층이던 애기 엄마들과는 일상적인 얘기도 제법 나눈다. 


마지막으로, 나한테 길을 묻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누가 봐도 인근 주민 아줌마인 게다.


이 모든 게 별 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 한 줌의 온기가 되고 한 줌의 활력이 된다. 오늘도 나는 동네 가게 몇 군데를 들를 예정이다. 동심이들 챙기러 몇 세트 왕복할 동안 아마도 이웃과 마주칠 거다. 사각사각. 그렇게 오늘도 정이 쌓인다. 그렇게, 사는 동안 우리 동네가 더 살가워진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이곳에 조금 더 단단히 뿌리를 내린다.  






Photo by Juri Gianfrancesc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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