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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l 05. 2021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다. 중병은 아니지만 만성으로 달고 사는 몇 가지 증상들이 쉬지 않고 달려든다. 간헐적으로 먹던 약을 몇 달을 내리 먹고, 일부는 더 센 약으로 처방이 바뀌었다. 몸이 가뿐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편차가 눈에 띄게 심해졌다. 깜빡하는 건 차라리 귀엽다. 기억력, 체력 등 내 몸으로 해내는 모든 능력치가 급격히 떨어진 게 느껴진다.


지난주부터 하루 걸러 병원에 출석도장을 찍고 있다. 향후 3개월에서 6개월간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다른 과 정기검진이 예정되어 있고, 그러고 나면 또 다른 과에 정밀검진차 가봐야 한다. 병원에서 무슨 얘기를 듣게 될까. 나이 마흔에 병원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타고난 건강과 체력은 20대면 다 써버리는 것 같다. 30대는 그저 버틴다. 누군가는 일하며. 누군가는 육아와 살림하며. 생각해보니, 치열하게 각자 몸담은 곳에서 그렇게 버티고 맞이하는 40대가 가뿐할 리가 없다. 변고가 없음에 가슴을 쓸어내릴 뿐. 반년이 지나도록 내 몸이 내가 알던 내 몸이 아닌 듯 느껴진다. 생애전환기라는 점잖은 말속에 이렇게 드라마틱한 몸의 변화가 있을 줄이야. 다시 출발선에 선 기분이다. 건강도 이젠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조금씩 챙겨봐야겠다. 그래, 인생은 마흔부터야!





Photo by Yulissa Tagl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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