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만능키, 짬짬이.

by 쑥쑤루쑥

‘짬짬이’는 고등학생 시절 어떤 영어 단어장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름을 내가 이 나이에 그렇게 간절히 새기게 될 줄은 몰랐다. 큰 동심이가 많이 크긴 했다. 하지만 아직 챙겨줄 게 많은 저학년인 데다 작은 동심이 보다 먼저 집에 온다. 초딩이 유딩보다 더 빨리 파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약간의 시간차로 두 아이를 픽업하고 나면 나의 하루는 그대로 육아와 살림으로 가득 찬다. 두 아이가 잘 때까지. 둘이서 서라운드로 외쳐대는 엄마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이면 하루 일과가 그럭저럭 끝나 있다. 애들이랑 깔깔깔 웃기도 하고 머리를 싸매기도 하면서.


뭔가를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이 그래도 오전엔 좀 생겼다. 길진 않지만 이전에 비하면 폭포수 같다. 그런 시간이 한 차례 더 온다. 동심이들이 잠들고 집안일을 해치우고 난 깊은 밤에. 하지만 그땐 이미 내가 방전돼서 뭔가를 집중해서 하기가 어렵다. 하여 요즘은 비몽사몽간에 해도 평타는 나오는 집안일을 밤 시간으로 미루고, 짬짬이 시간을 노린다. 애들보다 밥을 먼저 먹고 난 후 잠깐씩. 큰 동심이가 숙제할 때 잠깐씩. 작은 동심이가 낮잠 잘 때 잠깐씩. 짬짬이 홈트 하고, 짬짬이 읽고, 짬짬이 쓰고, 짬짬이 생각한다.


수험생 시절의 '야자'나 학창 시절의 '방학'같은 시간폭탄을 다시 쥐기는 한동안도 어렵지 싶다. 언제 결과물이 보일지 알 수 없는 티끌의 맹점에 벌써 한 번씩 휘둘린다. 잘하고 있는 건가. 여러 가지 깨작거리긴 하는데 성과는 없는 데서 오는 조바심 그리고 애먼 일 벌인다고 육아와 살림의 퀄리티까지 떨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 그렇게 휘청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손 놓고 싶지는 않다. 오늘도 짬짬이에 기대어, 내 시간을 캐내 본다. 그 시간이 부디 무엇이든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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