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쑤루쑥 Jul 18. 2021

김밥 쌀 줄 아는 엄마이고 싶었다.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요리 강제 입문 10년 차에 접어들며 이제야 살짝 덜 부담스러운 정도랄까. 동심이들이 엄마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할 때마다 어째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김밥을 쌀 줄 몰랐다. 동심이 소풍날도 유부초밥이나 볶음밥을 쌌다. 김밥을 고집하지 않는 아이의 식성을 다행이라 여기며.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어느 날이었다. 저학년 전면 등교 방침이 세워지기 전이라 학기 중에도 주로 집에 있었다. 삼시세끼 돌밥돌밥 일과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김밥을 싸 볼까 싶었다.


해 보지도 않았고 판 벌릴 엄두도 안 나던 일을 자처하는 순간이 왔다. 시도해봤다. 역시 엉망진창이었다. 터지고, 흐물거리고. 옹골차게 모여있길 바라는 내 마음과 달리 속재료는 제멋대로 나빌레라. 이게 김밥이여 빈대떡이여. 허허거리며 그냥 잘 나눠먹었다.


지금도 가끔 김밥을 싼다. 여전히 어디 내놓을 솜씨는 못 된다. 하지만, 처음보단 많이 나아졌다. 어차피 요리는 내게 매정하리만치 효율이 안 나는 영역이었다. 오. 엄마 김밥 싸는 솜씨가 좀 는 것 같은데? 그지? (강요는 아니었다고 믿는다) 어, 맞아! 늘었어!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용기를 붙잡아봤다. 될 대로 되라지하고 덤벼봤다.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랬더니 서툴지만 할 줄 아는 게 하나 늘었다. 0과 1의 차이는 1. 1과 10의 차이는 무려 9. 하지만 나는 0과 1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일단 제로에서 1을 만들어 낸 자신감으로 꾸준히 한다면 언젠간 그다음 단계에 닿을 것을 믿는다. 10이 아니어도 괜찮다.





Photo by Scott Rodgerson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똑같은 것 같기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