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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l 20. 2021

아들의 알바가 시작되었다.

고용주는 바로 나

큰 동심이는 아홉 살. 용돈을 받는다. 주 5,000원. 그중 2,500원은 받자마자 저금통에 넣고 나머지 2,500원으로 한 주를 지낸다. 주요 지출은 딱지와 포켓몬 카드, 그리고 군것질 정도. 돈을 더 모으고 싶은데, 사고 싶은 게 많아 나름 고심하는 눈치다. 아직까지는 추가 저축보다는 탕진잼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돈을 받는 것도 처음이요, 제 지갑에 넣고 꺼내 쓰는 것도 처음이니, 소비를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방학을 앞두고 알바를 제안했다. 둘이 임금협상씩이나 해서 근로 소득표 첫 번째 버전을 완성했다. 액수가 너무 적어 동기부여가 안 되거나, 일이 버거워 보이거나 등 변수가 생기면 상황에 맞게 내용을 조정할 생각이다.


실행 첫날, 가장 임금이 높은 청소기 돌리기에 도전했다. 과자 부스러기를 쏟거나 했을 때 부분적으로만 돌려봤지, 아이가 온 집안 청소기를 돌려본 건 처음이었다. 시작은 청소기 헤드를 바꿔 끼우는 것부터. 딸깍. 가열하게 장착하고 위이잉 청소기가 돌아간다. 퀄리티는 반액도 과한 수준이었지만(!), 의욕이 기특해 약속한 금액을 지급했다.


집안일 또는 살림.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직업, 소득, 성별, 나이 등에 상관없이. 큰 동심이도 언젠간 알게 될 거다. 또 언젠간 직접 하게 될 거다. 하지만, 사람 사는 데 신경 쓸 일이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조금 일찍 알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집안일, (가사) 노동을 좀 체험해보면 좋겠다는 게 우리 부부의 빅 픽처였는데. 아들은 도무지 용돈 말고는 관심이 없어 뵌다. 이런 걸 동상이몽이라고 하나. 제보다 젯밥이라고 하나. 


엄마, 이거 여름 방학만 해? 끝나고도 하면 안 돼? 미션 완수하기가 무섭게 건별로 칼같이 정산을 원하는 동심이를 보며 나는 웃고 만다. 그래, 올 방학 용돈 좀 벌어봐라. 가뜩이나 긴축 재정 중인데, 아들 월급까지 주려면 조금 더 허리띠를 조여야겠다. 적잖이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긴축 재정이 이번엔 조금 다르게 와닿는다. 



아들의 알바 요금표





Photo by The Creative Exchang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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