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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l 21. 2021

괜찮아? 괜찮아!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시간

멀티태스킹은 육아에도 필수다. 나는 뭐가 됐든 거의 항상 뭔가를 하고 있고 거기에 두 아이가 부르는 엄마 소리가 수시로 얹힌다. 아이가 둘이 되고부터 나도 모르게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잠깐만 그리고 괜찮아.


잠깐만. 오빠 숙제 봐주던 것까지만 봐주고. 잠깐만. 불 위에 올려둔 거 타니까 이것까지만 하고. 잠깐만. 동생 로션 바르던 것까지만 마저 하고. 안 다쳤지? 그럼 괜찮아! 그 정도는 괜찮아. 그쯤은 괜찮아~.


아이가 하나일 땐 괜찮아 다음이 물음표일 때가 많았다. 좋게 말하면 상호작용이 즉각적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과잉 육아였다.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고 마침표, 때로는 물결 마크가 되어 간다. 마음이 느긋해져서가 아니다. 두루 챙기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가 키우기 수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타고난 성향보다는 멀티태스킹의 한계로 약간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일거라 종종 생각한다. 


작은 동심이는 한 번씩 심하게 토라진다.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고 흑흑 운다. 문쾅은 본능인가. 그러면 나는 그냥 하던 일을 마저 한다. 작은 아이가 속상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는 곧 시옷(ㅅ) 자 눈썹이 서럽게 실룩이고, 앙 다문 입가가 살짝 처진 채로 내게 온다. 벌게진 눈코엔 울음의 흔적이 아직 남았다. 들썩이는 어깨는 덤. 그제야 나는 아이와 대화를 한다.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 내가 맞불을 놓지 않고 평화롭게 상황이 종료되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그런데 얼마 전. 예의 문 쾅 후 아무리 울어도 내가 반응이 없자, 작은 동심이가 문을 열고 나와 외친다. 더욱 크게 울며. "흐어어어어어어어어엉. 누가 나 좀 도올봐아줘어어어어어어~~~~~~". 서러움 대폭발의 현장. 나와 큰 아이, 같이 계시던 엄마까지 우리 모두는 앙 다문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참아가며 눈빛 교환을 했다. 그 길로 작은 동심이를 꼭 끌어안고, 이른 평화 회담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만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육아도 인생도 멀티태스킹이다. 오늘도 저녁 준비를 하며 두 눈 두 귀를 활짝 열어젖힌다. 





Photo by Bekky Bekk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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