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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l 22. 2021

2000/30

숫자에 연연하게 된다. 그것도 몹시.

어느 집 보증금과 월세가 아니다. 어느 하루 내 브런치 조회수와 그 날까지 올린 글 개수다. 숫자에 연연하기 않으려고 했다. 근데 그게 어디 쉽나. 연연하지 않으려 애쓴다는 것 자체가 엄청 신경 쓴다는 반증인 걸. 


첫 글을 올리고 내 글이 단 하나이던 그날도 일면식 없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라이킷을 눌러준 게 생각난다. 덜컥 시작은 했는데 정말 내 글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많이 떨렸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라이킷이 줄줄이 달리는 거다. 어서 와요. 브런치는 처음이죠? 잘 왔어요라는 따뜻한 인사로 들렸다. 


지금도 내 글에 달린 라이킷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공감 내지는 응원의 마음일 거라 추측한다. 내가 딱 그런 마음으로 다른 작가님 글에 라이킷을 누르므로. 나는 감동, 감탄의 의미로 누를 때도 있다. 


애초에 조회수는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글 개수를 목표로 세웠다.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 글 30개를 목표로 짬짬이 써 내려갔다. 마침내 30번째 글을 올린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조회수가 수상해지고 있었다. 기막힌 타이밍에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한 번 해보라는. 


조회수 대폭발. 처음엔 신났다. 오. 이게 무슨 일이야. 근데 어디 걸린 건지 도저히 못 찾겠다. 그런데도 계속 유입이 된다. 와. 신기해. 그러다가 겁도 났다. 뭐 볼 게 있었을까. 볼만하다고 느껴졌을까. 마지막 문장까지 읽었을 때, 에이 이게 뭐야 싶진 않았을까. 그리고 궁금했다. 어떤 기준으로 노출이 된 거지? 심지어 쓰고 났을 때 스스로 매우 만족했던 글도 아니었는데. 


일희일비에 충실하려는 편이다. 이렇듯 피곤한 성격에 일희마저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말았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더 잘 쓰고 싶어 졌다. 어딘가에 내 글이 실리는 좋은 기회가 다시 온다면, 그땐 조금 덜 부끄럽고, 조금 더 기뻐하고 싶다. 






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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