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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Jul 27. 2021

콧물에 영혼을 털리다

비염이 싫어요

나이 앞자리 숫자를 갈아치우며 비염이 점점 심해진다. 콧물이 한 번 시작되면 순식간에 손수건을 N장 적신다. 그렇게 재채기와 코 풀기, 눈 간지러움, 눈물 닦기를 몇 시간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콧물에 영혼을 탈탈 털린 느낌이랄까. 


그래도 작년까지는 끽해야 환절기랑 많이 피곤한 날만 그랬는데, 이젠 얘기가 달라졌다. 일단 시작하면 무조건 넉다운 엔딩이다. 봄에는 내리 석 달을 그게 기본값이었고, 그 이후엔 언제 터질지 모른다. 시한폭탄이 따로 없다. 온 집안을 울리는 논스톱 재채기 소리에 손수건 행렬이 이어지면 이제 애들도 안다. 엄마, 또 알러지야? 


병원에서는 더 센 약을 써야 한단다. 나이 먹으며 심해지는 경우도 많고, 대기의 질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도 악화 요인이라고 한다. 그나마 두 아이 모두 기관 생활을 시작해서 내 병원 챙겨 다닐 수 있다는 사실, 알러지가 큰 병은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 삼는다. 


만성질환이라고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었다. 고작 콧물에 이렇게 주저앉고 말다니. 콧물에 진 느낌이다. 어쩐지 분하다. 콧물 때문에 이렇게 괴로운 날이 올 줄이야. 아, 알러지 없는 코를 가지고 싶다. 





Photo by Diana Polekhin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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