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큰 동심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방학 직전 몇 주간은 대면수업과 줌수업을 상황에 따라 오갔다. 검사자가 생길 때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숱한 알람이 울렸다.
몇 시간 단위로 바뀌는 상황에도 거기에 맞추어 당일과 다음 날 학사 일정 운영을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학교 측의 모습을 보며, 또 그게 최선이겠구나 학교에서도 애 많이 쓰는구나 하고 그 결정을 수용하는 나를 보며, 학교에도 학부모에게도 코시국에 맞서는 내공이 좀 생겼구나 느꼈다.
사실, 나중으로 갈수록 코로나 관련 뉴스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코로나 관련 뉴스 그 자체가 너무 큰 스트레스였으므로. 이러나저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언제나처럼 가족의 개인위생에 더욱 신경 쓰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운 나쁘면 걸릴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몇 차례 대유행이 선포되었다. 확산세에 기복이 있다는 사실에 점차 익숙해졌다.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개인위생에 더해 외출을 자제했다. 여전히 신경써야 할 게 많지만 그래도 이만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에 대체로 만족스러워하면서.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 초반의 그 공포감이 다시 몰려온다. 심지어 지금은 백신도 있는데 말이다. 조금 방만하게 지내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더라는 경험치를 획득한 채 한껏 헤이해진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다. 올 여름 방학엔 계획이 좀 있었다. 근데 망했다. 이번 방학도 집콕 당첨이다. 집 좋아하는 집순이가 좋아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발적 집콕이다. 콧바람 나들이가 팡팡 터지는 방학은 애저녁에 물건너간 듯하니, 이번 방학에 무얼로 추억이 방울거릴 수 있을지 궁리를 좀 해봐야겠다. 조심은 하되 졸지 말자. 동심이들에게 하던 말을 내 자신에게 되뇌인다.
(덧) 나와 가족의 일상이 밑진 듯한 속상한 기분도 의료진을 생각하면 사치스런 어리광일 뿐이다. 장기화된 코시국에 가장 큰 고충을 겪는 분들은 단연코 의료진일 것이므로.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