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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Aug 29. 2021

나는 무얼 벌고 있을까

돈을 벌고 싶었다. 20대 취업할 때보다 더 많은 이력서를 날렸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굳이 위로를 하자면, 그 과정에서 온갖 테스트를 보며 잊고 있던 감각을 둔하게나마 일깨우는 경험을 벌었다. 15년 전과 달리 탈락 소식에도 담대해지는 연륜을 벌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별러진 도전 정신을 벌었다. 


돈이 벌고 싶을 때 나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살림살이를 솎아낸다. 그러면 나는 공간을 번다. 집안에 여백이 생기므로. 나는 가족의 시간을 번다. 원하는 물건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으므로. 정리 정돈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그게 일로 느껴진 세월이 길었다. 요즘은 다르다.


돈을 버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가치를 벌어보기로 결심할 즈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다. 랩탑에 혼자 끄적이던 일기 대신 조금 더 오픈된 곳에 글쓰기를 시작한 셈이다. 이곳 브런치와 타사 블로그에. 소득의 대안은 될 수 없지만, 여러 가지를 벌고 있다.


내 이야기 때로는 가족의 이야기라는 기록을 번다. 소심한 성격에 공개적으로 속을 내보이는 용기를 번다. 글을 쓰며 내 삶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번다. 무엇보다, 내 노동력으로 반찬값이나 외식비, 아이들 교육비 등의 지출을 방어하는 것 말고도, 스스로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나 자신의 가치를 번다. 그렇게 긍정의 에너지를 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돈을 벌고 싶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일도 있다. 아직은 씨앗을 뿌리는 단계인 데다 성공 여부도 알 수 없지만, 두드려볼 작정이다. 실패할 수도 있다. Plan B를 늘 생각해야 직성이 풀리는 피곤한 성격. 혹시 실패한다 해도, 시간을 쪼개 도전을 이어가며 현실을 열심히 살아내는 내 삶의 태도가 동심이들에게 롤모델이 된다면 그 또한 자산을 버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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