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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Aug 25. 2021

알다가도 모를 남매 지간

9세와 5세의 별별 육탄전이 벌어지는 여기는 바로 우리 집. 때는 여름 방학의 한가운데. 한 밤 자고 나면 오늘이 제일 덮다 싶게 더위는 나날이 맹렬해지고 있다. 겁 없고 에너지 넘치는 5세와 위험 감지 능력이 아직 부족한 9세의 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정하다. 실제로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덕분에 나는 내 주변 그 어떤 집보다 더 풍부한 응급실 내원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옴팡지게 싸우지만 누구도 크게 다치지 않고 넘어가면 그날은 만족이요, 둘이서 세상 다정하게 꺄륵거리는 순간이 있으면 그날은 대만족이다. 대부분의 날은 후자와 같은 상황이 호박죽 위에 올린 잣처럼 희소하지만. 그래도 그게 있고 없고의 차이는 꽤 크다.  


너무 위험한 순간은 즉각 제지한다. 하지만, 아아악! 소리가 나도 요즘은 몇 초간 기다려본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아아악......카카카카카카카핫!으로 끝난다. 하지마아아아아악.......카카카카깔깔깔깔깔!도 있다. 작은 동심이의 눈물샘이 터졌다. 흐아앙 누가 나 호 안 해줘? 큰 동심이가 말한다. 호~랑이! 그럼 또 언제 울었냐는 듯 와하하하하하하다 (아, 나랑 안 맞아... 소곤소곤).


며칠 전, 고함과 폭소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아이들 소리와 그걸 무심한 듯 주의 깊게 감지하던 나는 벌써 2차 방전 타임을 맞이하고 있었다. 때마침 삼복더위에 고장 난 가전들을 고치기 위해 엔지니어 기사님이 집에 와 계셨다. 아이들 노는 모습과 내 상태를 보시더니 이렇게 덧붙이시는 게 아닌가. 큰 애가 아들이고 동생이 딸이면, 아들 둘이랑 똑같다 아입니까.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인데 그날만큼은 동조하고 싶어졌다. 너무 피곤하면 나오는 헛웃음과 함께. 하하하하하하하하허허어어엉. 





Photo by Allen Taylo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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