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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Aug 21. 2021

로망에 기대어

로망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 같은 게 아닐까 가끔 생각한다.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어야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육아에 대한 로망이 있어야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게 아닐까 하는.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 관문들을 거쳐 왔던가.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헤어지기 싫은 마음, 이 사람과 같이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남편의 됨됨이에 대한 신뢰가 가장 컸다. 소위 말하는 현실적인 조건들은 그 당시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만큼. 육아의 고충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육아가 아니었음 겪지 못했을 기쁨의 순간도 적잖았다. 

 

직접 부딪혀가며 투박하게 현실을 알아가는 타입이다. 만만찮은 현실을 회피하진 않지만, 쉽지만은 않게 헤쳐나가는 그런 아줌마가 되고도 로망은 존재한다. 손끝이 스치는 것만으로 가슴 가득 설레는 청춘 로맨스물, 잘 나가는 전문직들의 인생 여정을 다룬 드라마, 노년의 삶을 다룬 영화 같은 것들을 보며. 


오히려 로망이 더 커진 것도 같다. 로망에 기대어, 지나온 나의 시간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는다. 가보지 못한 길을 그려본다. 겪어보지 못한 시간에 대해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현실과 로망은 결코 같지 않다. 하지만, 로망이 현실의 대척점에 있지도 않다. 간극을 유지하며 평행선을 그리는 사이 같달까. 로망, 깨지지 않는 몇 줌의 판타지를 나는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로망이여, 영원하라! 






Photo by Armand Khour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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