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희화화되고,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고 있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하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한 미국, 위대한 미국'을 캐치 프레이즈로 걸고 그의 신념에 동조하는 지지자들 덕에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2016년 미국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종차별주의, 여성 비하 발언, 이민자 차별 정책, 북한과의 힘겨루기 등등 온갖 부정적인 이슈와 화젯거리를 뿌리던 그가 2020년 올해 11월에 있을 미 대통령 선거에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가장 큰 이유는 상대 진영인 민주당에서 트럼프에 필적할 만한 후보 인물이 없어서입니다. 그나마 힐러리 클린턴과 겨루었던 버니 샌더스는 화제성은 있지만 급진적인 사회주의 성향으로 다수의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기엔 부족하고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던 4년 전에도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끌어내려서 언론과 미디어로부터 자극적인 '언론 노출'에 성공했지요. 그 결과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보다 훨씬 싼 언론 홍보비용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숨어있던 백인 유권자들에게까지 자신의 캐릭터와 정책을 알리는 데 성공함으로써 대통령에 근소한 차로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힐러리만큼 '준비된'후보도 끌어내려서 대통령 자리에 앉은 그에게 딱히 떠오르는 후보자 한 명 없는 민주당의 대 참패는 이미 작년부터 예견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선거운동에 열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트럼프에게 엄청난 암초가 나타났습니다.
우리 모두의 암초이기도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19가 트럼프의 고질병을 부각하면서 미국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2. 질병과의 전쟁? 아니고 '진실'과의 전쟁이다.
2020.2.28일자 기사 : "도널드 트럼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벌이는 전쟁은 '진실'에 관한 전쟁이다."
영국 가디언지에서 발표한 기사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 창궐의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은 '체르노빌 사태'때 익히 봤던 '독재자'(권위주의자, authoritarian)들의 그것과 닮았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Illustration: R Fresson, Guardian
즉, 상황이 안 좋아질수록 진실은 덮고 그에 대한 비난은 요리조리 피해 가며 국민들을 속이는 식으로 재난 상황을 무마시킨다는 것이죠. ("The president is reacting to this disaster the way authoritarians always do – by covering up the facts and dodging the blame")
가디언의 기자가 트럼프의 행태와 비슷한 예로 든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초기 때 정보를 은폐하고 (지금도 그럴 것이라 다들 예상하듯이), 우한이란 도시를 봉쇄시켜버린 중국, 그리고 신뢰성 없는 이란의 완치자 비율 마지막으로 체르노빌 사태의 소비에트 공산당 수뇌부였습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자가 60명에 달했던 날에도 기자회견에서 '15'명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이 또한 곧 없어질 숫자라고, 민주당과 언론이 자신의 재선 활동에 고춧가루를 뿌리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악용한다는 식의 입장을 계속 고수했었죠.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항에 정박 허가를 받기 위해 사나흘을 떠도는 크루즈십(3천 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 중 21명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음)에 대해서도 "굳이 육상에 정박해서 확진자 수를 두배로 늘릴 필요가 있느냐"라고 공공연히 얘기하면서 자신의 '위대한 미국'캠페인에 해가 되는 상황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계속 보였습니다.
가디언의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도널드 트럼프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채택하고, 불리한 데이터는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의 신념으로 일관하며, '과학을 믿지 않는' 대통령이란 오명까지 쓰게 됐죠.
3. 의료 선진국 미국에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키트가 없다니!
그의 이런 태도는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엄청난 문제가 되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2018년 150억 달러에 달하는 (16조 5천억 가량) 보건, 예방 의학 관련 예산을 모조리 다 삭감하고 이런 전염병이 생길 경우 총괄하는 부서인 미국 CDC, 질병관리본부의 예산도 80% 이상 삭감하면서 미 전역 100개의 연구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을 할 수 있는 연구소는 단 8개밖에 남지 않은 것이죠.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런 전염병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세워놓은 예산을 모조리 깎아버리고 진단 키트조차 충분치 않아서 시민들이 진단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설사받는다 해도 개인이 약 400만 원에 해당하는 비용 부담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미 전역에서 계속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유능한 인재를 보유한 나라'이며, 자신이 지정한 담당자(마이크 펜스 부통령)와 관련국은 아주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면서 'It's going to disappear', 곧 기적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4. 전염병과'차기' 대통령감의 함수
이런 전염병이 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로 공포와 불안으로 치달을 군중 심리를 '신뢰'로 모으는 것일 겁니다. 안 그래도 온갖 가짜 뉴스와 불안 심리가 팽배해 있는데 한 나라의 수장이 연일 '잘되고 있다', '아무 문제없다'라고만 외친다면 국민들은 '나 자신 말고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로 돌아서게 되죠. 이는 아무리 '위대한 미국'꿈에 동조한 미국인들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나와 가족, 친지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정부가 어떠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정책을 내놓지 않고 트위터만 바쁘게 업데이트한다면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도 '생존'의 문제에 있어서는 경각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각국에 창궐하면서 그 나라 정부 리더십, 민주주의 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자타공인 전 세계 패권 1위를 자랑하는 미국, 그 미국에서 전염병을 재선의 걸림돌로만 생각하는 대통령의 역량 테스트는 어떻게 될까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 또한 같은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