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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Kim Jun 08. 2024

통역은 페로몬 샤워젤의 향기를 타고_2년 후

https://brunch.co.kr/@ddamang/57

이전에 소개했던 글을 읽으신 분은 기억이나시겠지만...


2년만에 성인용품총판 대표님한테 연락이와서 '제 2의 알베르토'를 만나러 잠실 매장으로 향했다. 


나에게 통역의뢰하신 대표님이 야심차게 몇년간 공들여서 오픈한 럭셔리컨셉의 성인매장.. 서울전역을 뒤졌으나 매장 임대를 내주는곳이 몽촌토성역앞 밖에 없으셨다며 ... 


그런데, 이번엔 이탈리아인이 아니고 중국과 대만에서 시장점유율1위라는 업체의 중국인 매니저였다. 

물어보니, 2년전 그렇게 대표님과 나를 잡아먹을듯이(?) 질문을 해대던 알베르토는 Satisfyer를 퇴사하셨다며...


이번에 미팅을 진행하는 업체는 원래 mobility기능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IT기업이었다고 했는데, 그 명성에 맞게 휴대폰 연동어플에 온갖 기상천외한(?)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들고오셨다.


이전미팅에서는 매출, 실적 압박과 홍보, 마케팅 얘기 밖에 없었는데 

이번엔 신제품 기능을 설명..하는게 많아졌다.. ㅠ_ㅠ


휴대용공기청정기처럼 생긴 제품이 남성전용이라는데 제품기능을 십분간 설명하고 통역하는데도 도대체 이걸 어떻게 쓰는건지 모르겠어서 문자 그대로 옮기는 통역만 하고 있는데,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제품 설명이 계속 되면서 깨달음(?)이 온 순간!!!!

.............................

조명이 어두웠길래 망정이지 갈곳 잃은 나의 눈동자와

벌개진얼굴..그러나 세상 진지한 대표님 눈빛을 보니

정신을 놓을새가 없었다. 

대표님 눈빛엔 이미 이 신제품으로 월매출이 얼마나 오를지 원가계산이 한참이었으므로...


2시간이내 끝난다던 미팅은 열정넘치는 중국 업체 매니저덕에 오후2시부터 저녁6시까지 계속됐고,

아이들과 저녁식사모임이 있었던 나는 기다리는 애들 땜에 가시방석이었다. 

미팅을 마치자 마자, 지하철역까지 전력질주!!

식사이후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 코칭도 잡혀있어서, 나는 이날 하루 내내 정신이 빠진듯...


간만에 에너지 다쏟고, 힘들었는지 밤에 결국 체기가 심해져서 먹은걸 다 토하고야 말았다. 

소화력이 좋아서 좀체 체하지 않는 나는 이럴때마다 이제 정말 내가 늙어가는가 싶다. 


늘 단발성으로 끝나는 통역일은 이후 회사가 어떻게 성장하고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데 이렇게 같은 고객을 한참 시간이 지나서 만나게 되면 끊어진 시간이 다시 이어지는 기분이든다. 


성인용품업계도 클라우드와 앱구동력, 사용자 커뮤니티등의 소프트웨어쪽으로 살아남아야한단 얘길 들으면서, 온갖제한과 규제 감시로 숨도 못 쉴것같은 중국에서 오히려 편견과 선입견, 차별없이 업계의 혁신을 이끄는 듯했다. 


편견과 선입견없이 보면, 무조건 터부시하고 억누르다가 

음지화돼서 범죄를 양산하는것보다 적절한 숨구멍이 있어야하지않을까...이런 제품이 어쩔수없이 꼭 필요한 실사용자들도 있지않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나의 위장이 늙어가는동안, 날 세우며

원칙만 따지던 내 어린시절 치기도 같이 늙어가나 싶다.


It was a loooooong day, though,  another new day for having an enlightening chance on how to age wis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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